에밀리 홀튼(토론토, 캐나다) 

수신 : 티코 타임즈, 나우 매거진, 해밀턴 스펙테이터
긴급보도용 : 파인애플을 과다 섭취한 에밀리 홀든, 심장마비를 염려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다.

 2006년 11월 3일, 토론토, 온타리오 토론토에 거주하는 예술가 홀튼 양은 자신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며, 구연산 과다 섭취 후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홀튼 양은 금요일 오전, 친구인 레베카 실버 슬레이터 양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전했는데, 두 여성은 오전 11시 45분경 점심을 들기 위해 비버리 가를 향해 남쪽 방향으로 걷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홀튼 양은 8개월간 사귄 남자 친구 대런 이어슬리 씨 역시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슬리 씨는 바로 파인애플 과다 섭취 현장인 알베르타 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홀튼 양에 따르면 사건은 목요일 저녁 그녀가 '캐러비안 스위트'사에서 나온 파인애플의 맛있는 부분을 모조리 먹어치운 뒤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 결과 혀가 타는 듯한 고통과 복부 팽창으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홀튼 양은 친구인 실버 슬레이터 양에게 걱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도 가끔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 남자친구에 대한 불안감을 주체할 수 없어진다고 실토했습니다. "그가 잠든 모습은 정말이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요. 그러다가 갑자기 겁이 덜컥 나는 거예요.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사귄 지 1년도 안 됐거든요. 만약 그가 변심하면 어쩌지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며 언젠가 한 지붕 아래 살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작년 겨울, 홀튼 양은 이어슬리 씨에게 소개한 실버 슬레이터 양은 온타리오 토박이인 두 사람이 "그 계획을 꼭 이룰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버 슬레이터 양은 퀸 가로 접어들며 "너희 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홀튼 양은 전날 밤 31세가 된 남자친구를 깨워 그의 사랑을 재차 확인했음을 인정했습니다. 홀튼 양에 따르면 이어슬리 씨는 그녀와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고, 앞으로 함께할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한 홀튼 양은 가끔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자고 있는 자신을 깨우기도 하지만 다 괜찮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홀튼 양은 이 말을 듣고 모든 것에 대해 마음이 좀 편안해졌지만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가 정말 피곤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홀튼 양의 친구인 실버 슬레이터 양은 이 모든 일을 다 이해하며, 자신 역시 남자친구 콘래드를 사귈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2010. 7. 2 아치 통신

 기약 없는 취업 준비생 아치양, 도서관에서 뭘 하나.

 며칠 후에 시험을 본다며 요새 부쩍 도서관을 다니던 아치양이 도서관에서 추태를 부려 주변의 눈치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아치양은 매일 9시면 도서관에 나타나 이층에 자리를 잡고 엎어져 잔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 아치양도 염치는 있는지라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아내며 일어납니다. 아치양은 잠시 책을 좀 보다가 비몽사몽한 채로 책장 사이를 걸어다닙니다. 아치양에 따르면 아침 운동겸 책장을 돌아다니며 잘못 꽂혀있는 책을 제대로 꽂아놓는다고 하지만 과학계 일각에선 잠을 깨려고 애를 쓰는데 불과하단 지적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아치양이 풀린 눈으로 책장 사이를 배회하는걸 본적이 있다는 도서관 이용자에 따르면 '빨리 달리기(팔을 120도로 마구 흔들어주는)' 동작을 취하며 도서관에서 사람이 돌아다녀 깜놀했다고 합니다.

 잠이 깬 후 아치양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보다는 사람들을 힐끔힐끔 쳐다본다고 합니다. 본인은 아무도 모르게 한다지만 도서관 이용자들은 대부분 아치양 주위에 안 앉으려고 애를 쓴다고 합니다. 화장실 전문가에 따르면 요즈음 부쩍 눈에 관한 비속어와 음해어들이 화장실 낚서에 넘친다고 합니다. 고명한 조류학자에 따르면 이게 다 아치 눈이 뱁새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점심시간에 아치양은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서 밥을 먹어도 될 것을 굳이 편의점에 들른답니다. 편의점 알바생에 따르면 점심 무렵에 초췌한 몰골의 아치가 들어와 두리번거리며 라면과 와플을 사갔다고 합니다. 알바생에 따르면 아치양의 표정으로 보아건대 정확히 이런 얘기를 했을 것 같다고 합니다.  
 
 
하필이면 1400원 밖에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천원 김밥을 못 사먹었다. 이 나라 물가가 어떻게 되려고 궁핍한자에게 한줄 김밥도 허락할 수 없냐.
 혹은
 1400원으로 이렇게 먹을 수 있는 나는 풍족한 사람이다.

 아치양 뒤에서 라면과 김밥을 계산하던 사람의 손에 든 지폐를 보던 아치의 눈이 선망과 질시, 애처로움을 넘어 악랄하게 변해가는걸로 봐선 후자의 의견은 행복한 동화에 나오는 가식 아치에게 어울릴 말이란 전문가들의 중론이 있었습니다.

 배를 불린 아치는 다시 도서관에 와서 오전에 못 다 채운 잠을 자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후도 거의 지나갈 무렵에 잠에서 깬 아치는 하나 둘 쓰러져 자고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도서관에 자러 왔냐는 눈짓을 보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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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10-07-04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이거 정말 재미있어요! 따라 해보고 싶네요.

Arch 2010-07-04 22:12   좋아요 0 | URL
도넛 공주님 한번 해봐요!

쟈니 2010-07-05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재미있어요! 눈앞에 드라마가 펼쳐지는군요!

Arch 2010-07-06 16:56   좋아요 0 | URL
시청률 대박날 조짐은 안 보이죠? ^^

다락방 2010-07-0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편하게 자지 왜 도서관에서 자는거에요, 대체! 팔도 저리고 목도 아프고 그럴텐데. ㅎㅎ

Arch 2010-07-07 11:53   좋아요 0 | URL
그게 그 맛이 있어요. 다락방 통신도 한번 해봐요.

다락방 2010-07-07 13:3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읽으면서 이거 나도 한번 해볼까, 뭐 이랬어요. ㅎㅎ

2010-07-15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5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