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회화는 무슨
앞서 옥찌의 얘기를 듣고 학교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자니 별 일 아닌데 괜히 나서는 것 같고, 안 가자니 옥찌가 느끼기엔 이모한테 말해도 소용없다고 느낄까 걱정스럽고. 고민하다가 차라리 옥찌에게 학교에 가면 좀 그런 이유를 설득하는게 낫겠다 싶어 안 가려고 맘을 먹었다.
안 가려고 맘을 먹었는데 영구치가 안 나온다며 치과에 꼭 가야한다는 엄마 말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들르고 말았다. 역시 말하기도 안 말하기도 겸연쩍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는 말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아주 적극적으로' 내 얘기를 들어주시는거다. 내가 보기엔 별 일이 아니었다고 느꼈는데, 애가 울어서 놀랐다고 말했더니 선생님도 어젠 별일 없이 잘 넘어갔다고, 애들이랑 잘 얘기해서 해결됐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지희를 부르더니
그 일이 자꾸 맘에 쓰여서 이모한테 얘기한거야? 그런데 어제 언니랑 얘기 잘 했지? 선생님도 그런줄 알았어. 그런데 이모한테 얘기했네. (이 부분에서 '왜 별 일도 아닌데 이모한테까지 얘기했냐'는 말이 나올줄 알았다. 그런데) 잘했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자꾸 맘에 남아서 털어내고 싶으면, 그래서 지희 맘 편안해지면 계속 얘기해도 돼. 이모한테도, 선생님한테도. 우리 지희 잘했어.
라고 하신다.
선생님은 책가방을 챙기러 가는 옥찌를 둘러보며 아이가 요새 당신한테 많이 안긴다는 얘기를 해주신다. 담임 선생님이 소리만 지르는(꼭 나처럼) 할아버지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돌봄 교실 선생님 덕분에 한시름 놨다.
정말 별 일 아닌데.
* 다음 날, 옥찌가 코피가 나서 학교에 들렀다. 옥찌는 나를 보자마자 안겨서 울길래,
- 괜찮아. 왜 울어. 우리 지희 그만 울자.
이랬더니 선생님은, 울어야지, 이모 봤으니까 울어야지 하신다.
옥찌가 먹고 있던 간식을 싸주시면서는
- 이거 싸가야지. 집에 갔는데 계속 생각나면 속상하잖아.
이러시고.
집 식탁에는 어제 싸놓은 과자 부스러기가 투명 비닐에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