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잠자리에 든 옥찌들 옆에서 촛불을 켜놓고(불나면 어떡하냐, 애들이 장난 친다, 전기세 내가 내준다, 등등의 A,B협박에도 불구) 꼬마 니콜라를 읽어줬다. 엄마 생일날 꽃다발을 사온 니콜라의 이야기를 한참 읽고 있는데 옥찌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훌쩍거리며 이어진 옥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돌봄 교실에서 같이 공부하는 언니가 화장실에서 장난을 쳤다, 친구랑 화장실에서 쉬아를 하는데 그 언니가 밖에서 문을 잡고 있었다. 못나오는줄 알았다.
란 것이었다.

 문을 밖에서 잠근 것도 아니고, 언니가 너를 때린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내가 내일 그 언니를 혼내줘야 네가 그만 울겠니, 아니면 선생님하고 얘기를 해야해? 그런데 갑자기 왜 우는거야.
가 평소 내 말하기 방식이었다.

 하지만 옥찌들 덕분에 티끌만큼 변한 난, '내' 밖에 있는 '내가' 들으면 닭살 돋아서 어머머 했을 뻔한 말을 하고 있었다.

 옥찌가 놀랐겠구나, 언니가 장난치려고 한건데 너무 갑작스러우면 그럴 수 있지. 지금은 이모가 있으니까 괜찮아. 그만 울고, 눈 주위가 빨개지잖아. 내일 이모가 언니 만나서 얘기 해볼게. 괜찮아.

 라며 달래줬다.

 옆에 있던 민은 자라는 잠은 안 자고 그러니까 이모가 대체 학교에 몇시쯤 가서 그 언니를 만날건지 스케쥴을 짜고 앉았다.

* 아침엔 옥찌들이 먹고 싶다길래 스파게티를 했다. 누가 보면 불은 면에 토마토 데친 것을 섞어놓은 것에 불과하겠지만, 옥찌들은 식감보다 음식명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라 아주 좋아라한다.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앉는데 민이 퉁퉁 부은 얼굴로 멀찌감치 서서 식탁만 바라보는거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미친년 벼락맞은 것처럼 화가 났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 챙겨줬는데 또 뭐에 삐졌나 싶어,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안 먹고 뭐 때문에 저러나 싶어 화가 났다. 나 때문에 그런지 어쩐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왜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길래 무시하려다 도저히 밥이 안 넘어가 다시 물었다. 그리곤 민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체 왜 삐진거냐고 묻는데 A가 나와서 중재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괜히 짜증날 때가 있잖아. 그걸 자꾸 물어보면 애가 뭐라고 대답해.

 멍충이. 그럴 수 있다는걸 왜 모를까.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내가 한 수고를 알아주지 않아서 그런걸까? 생각해보니 지희가 그랬다면 살살 구슬렸을걸 민의 경우는 더 윽박지르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또 생각해보니 아직도 민에게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남았던 것 같다. 아이들을 내게 맡기고 외출했던 동생에 대한 원망과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악을 쓰고 울었던 민에 대한 미움, 끝까지 내겐 곁을 안 두려고 했던 민에 대한 서운함까지 모두.

 우린 다시 화해를 하고(일방적인 화해였지만) 아침을 먹었다. 그제서야 자기도 빨리 스파게티 먹고 싶은데 잠옷을 개워야해서 민이 짜증났을거란 생각이 퍼득 들었다. 민에게 어떻게 해도 안 나오던 미안하단 말을 했다. 민은, 스파게티 좀 더 줄 수 없냐고 말했다.

* 또 아침엔,
 옥찌가 같이 학교에 가는 C랑 통화를 하다  화를 내서 A에게 혼난 일도 있었다. 옥찌가 화내는게 꼭 이모 닮았다나. 동생은 옥찌가 저러다 친구 하나 없이 왕따 되는거 아닌가 싶어서 혼냈다며 오바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이모처럼 친구 없이 지내면 어떡하냔 말을 남겼다.

 아침이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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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진 선생님
    from 기우뚱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2010-06-09 14:32 
     앞서 옥찌의 얘기를 듣고 학교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자니 별 일 아닌데 괜히 나서는 것 같고, 안 가자니 옥찌가 느끼기엔 이모한테 말해도 소용없다고 느낄까 걱정스럽고. 고민하다가 차라리 옥찌에게 학교에 가면 좀 그런 이유를 설득하는게 낫겠다 싶어 안 가려고 맘을 먹었다.   안 가려고 맘을 먹었는데 영구치가 안 나온다며 치과에 꼭 가야한다는 엄마 말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들르고 말았다.&
 
 
Forgettable. 2010-06-0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 많이 컸구려.

나도 아침에 자다 깨면 짜증내는데 :) 아직 애긴가봐요-

Arch 2010-06-09 11:34   좋아요 0 | URL
뽀는 부어있던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