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즉 했어야할 재고 소진 중간 점검.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독서 모임 선정 도서) 부담을 잔뜩 안고 책 내용 그대로 요약을 했다. 에리히 프롬의 생각에 반하는 내용과 다른 생각들을 정리해서 다시 올려야지. (1.7)

일의 기쁨과 슬픔 - 보통이다. 프루스트와 사소한 일상을 제대로 보는 방법을 알려줬던 보통. 사랑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시멜로란 말을 귀엽고 들려준 보통. 신작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다시 집어들며 갈증을 풀었는데. 드디어 빌려서 읽었다.
 물류에서는 우리가 이 물건들이 어디서 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면을, 화물선 관찰하기에서 인공적인 조형물의 아름다움과 이해받을 수 없는 미의식을, 비스킷 공장에서 거대한 시장의 물건만큼 부품으로 소용되는 인간에 대해 보통의 시각으로 보는건 분명 신선했다. 직업 상담에서 아무리 구호를 외치고, 자기 계발서를 읽더라도 실패하고 실패한걸 인정해야하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얄팍한 위로가 되었다. 회계에서 CEO들의 변모된 포지션과 인적자원부 직원의 일터에 대한 역학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로켓 과학을 보고, 절대적인 문명과 자연의 대비, 인간의 왜소함은 누구나 얘기할 수 있지만, 취재하던 기자가 무심하게 마치 로켓이 발사된 것보다 자신이 모기 물린게 더 중요하다는식으로 얘기한걸 잡아낸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란걸 느끼자, 난 여전히 보통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는걸 느꼈다.
 하지만 '공항에서 일주일을'이란 신작은 아마 당분간 읽지 않을 것 같다. 보통은 이젠 좀 다른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항공 회사'는 따분한데다 썰렁했고, '그림'은 읽기 전이었는데도 무슨 말을 할지 좀 뻔했다. 모든 책이 완벽할 수 없고, 늘 빛나는 페이퍼를 쓰는 미잘도 가끔 썰렁한 얘기를 하니까(물론 그보단 자주 업데이트가 안 되는게 더 큰 문제지만)그쯤은 별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다만 난 그를 좀 더 오래보고 싶으니까 금세 좋아했다 다시 식어버리는 촐싹맞은 짓은 좀 자제해보련다. 그래서 사랑 연작과 불안, 여행의 기술을 야금야금 재독해볼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보통씨! 정말 책 많이 썼는데요. (1.10)

조선일보를 아십니까 - 압축된 한 꼭지를 읽고나자 좀 피곤한 느낌이 들었음. 다음에 다시 도전!

언니들, 집을 나가다 - 전작과 별로 다를바 없는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여전히 어느 지점에서 맘이 열리는 부분이 있다. (1.5)

당신과 눈 뜨는 아침 - 라일리와 브린의 이야기. 너무나도 완벽한 두 사람의 살떨리게 충만한 섹스는 읽는 독자를 동요시키지 않는 부작용이 있다. 자꾸 나의 섹스와 비교를 하게 되며, 급기야는 새로운걸 시도하려... 아, 그만해야지 ^^ D님, 난 이 책을 보고선 섹스를 하고 싶지 않을 때 두통을 핑계로 대는 팁을 얻었어요. (1.6)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 엮음 (누군가의 추천, 누가 좋다고 하더라에서 책을 사거나 빌리는건 자제해야겠다. 안 읽을 것 같음.)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 고등어를 금하노라의 저자 임혜지씨의 건축 이야기. 저자의 감상과 적절히 조합된 일정 수준 이상을 담보하는 글솜씨가 읽는 즐거움을 크게 한다. (1.17)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 - 처음에 머릿말만 읽고선 건축 실용서가 아닌 남다른 견해를 보여줄거란 예상을 했다. 계속 풍경놀이만 한다. 사진은 너무 예쁜데...

사라진 내일 -  많이 버려라, 노후의 내재화된 상품을 통해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라, 간편하고 깔끔한 일회용 쓰레기의 일반화, 쓰레기 시설을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보이게 하라,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오더라도 비용이 적게 나오는걸 선택하라,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를 직접 처리해야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물건을 사면서 느끼는 기쁨도 크겠지만, 이 책을 보다보면 그 기쁨이란게 그리 클까란 생각까지. (1.18)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
김경이 돌아왔다. 이번엔 여행서다. 이번 책에서도 역시 그녀다운 얘기를 풀어놓는다. 앤 패디먼이 말한바 있는 여행지에서 책 읽기가 간접적으로 가미되고, 놀고, 떠들고, 사람들이 보이는 여행.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여행의 시간을 일상과 접속시킨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녀가 뿌려준 지도에 올라타 몰타의 매(방금 전까지 누가 말했다고 책을 보는 짓은 자제한대놓고), 다시 플라멩코, 바로셀로나, 리스본 야간열차, 존 버거를 찾아나서본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관광이 아니라 여행을, 관광지보다는 사람과 일상적인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는게 떠올랐다. 롤모델이 이 정도로 멋져도 되는걸까. (1.11)

line up list

여성의 삶을 바꾼 50권의 책 - 아직도 지지부진 중. 왜 이렇게 안 읽히는걸까. 재미있고, 유익하기까지 한데.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20가지 플롯
액팅원 - 작품 들어가면서 보류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다시 책을 빌리고, 또 다른 책을 탐낸다.

세계를 매혹시킨 반항아 말론 브란도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도 정말 좋았는데 이렇게 멋진 책을 만나다니!
세계문화사전(강준만) - 마돈나 편을 보고 홀딱 반함.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NGO 실무 핸드북 - A 사무실에 가서 놀다가 빌려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표지가 멋지다. 우다왕과 류롄. 모처럼만의 소설이다.
그녀에게 말하다 - 김혜리 인터뷰집.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각개약진 공화국 - 지방은 식민지다와 같이 읽어볼 예정.
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의 에세이다. 약간 말랑말랑하고, 귀엽다. 기담과 다르게 낯선 느낌.

그러고보니 책을 또 빌렸다. 집에 있는건 어쩌려고. 새책 탐내는 버릇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식객을 무려 다섯권이나 읽었고(이건 너무 야매로 재고소진 하려는 기미가 보이니까 뺄게요 ^^) 아름다운 가게에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집과 에세이 등 총 21권을 기증했다.

메아쿨파님, 중간점검 해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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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2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난 1월 재고 소진 아직 한권밖에 못했어요. 바람의 그림자. ㅜㅡ

만들어진 신 올려놓고 전전긍긍중 ㅜㅡ

잘자요, Arch님.

Arch 2010-01-21 14:53   좋아요 0 | URL
ㅜㅡ가 무려 두개! 어허... 누가 다락방님을 이리 근심케 했는고. 꽃추노의 양반 말투 흉내내봤는데 어때요. 히~ 다락방님 저는 시간도 많고 할일도 없는 백수잖아요. 이 정도론 어디 가서 백수 명함도 못내밀어요.
일 잘 하고 있어요? 다락방님, 기지개 좀 쭉쭉 펴고!

2010-01-21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2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은 사람의 관심에 따라 호오가 나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저는 알랭 드 보통의 공항 이야기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요. 제가 워낙에 비행기와 공항을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은 했었더랬지요. 비행기를, 공항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꼭 권하고픈 에세이였어요. 주제가 명확하고, 비행기를 에세이스트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처음이었으니까요!(그렇지 않으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항공사고 수사대를!) 그러나, 그 분야에 관심이 없는 이에게는 그저 그런 에세이일지도.(그래도 우리의 보통 선생인데 흐흑)

Arch 2010-01-21 15:05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난 그 책 읽어보지도 못했는걸요. 그냥 뭐랄까, 한 템포 쉬는거죠. 게다가 그의 전작 리스트가 화려하니까 재독해도 괜찮을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그렇게 재미있나요? 휴... 갈등되잖아요 ^^ 그래도 언젠가 읽게 되는 날이 오겠죠. 제 손으로 사진 않겠지만 저희 동네 도서관은 보통씨 책을 잘 사는 편이라 몇달 뒤면 지금 어쩌고 했던거 다 까먹고 아마 눈에 띄자마자 집어들거에요.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화물차 관찰하는거랑 비행기랑 이번 에세이랑 비슷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