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잠도 못자고 어떻게 할지 고민했습니다. 페이퍼에 제가 단 댓글을 갖다 붙여서 저 때문에 그분이 나간건 아니라고 항변을 할까, 비꼴까, 나도 서재를 닫을까, 아니면 아니면... 정말이지 치졸하고 멋쩍었습니다.
 가만히 있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제대로 말하지 못할거라면 가만히 있자. 그런데 사과는 해야했습니다.

 만약 저 때문에 바슈타님과 볼빨간님이 서재를 그만두신거라면 정말 죄송합니다. 두분의 공격적인 언사만 생각했지 교묘하게 질문으로 바꾼 제 댓글이 두 분께 무례한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전 글도 제대로 읽지 않고, 대강의 분위기만 살피고 두 분을 공격한 셈이니까요.
 강요와 관련된 글과 바슈타님 서재에 남긴 댓글은 오래 생각해서 쓴 글이 아니었습니다. 즉자적이고 감정적이었습니다. 왜 저런 댓글을 달까, 저게 전략적으로 부정적이라는걸 모를까. 그건 오랫동안 지켜온 신념이 절대적이라고 믿어온 사람들을 볼 때 느끼던 불편함과 비슷했습니다. 왜 다른 생각을 못할까, 왜 좀 더 부드럽게 사람들을 대하지 못할까. 저는 어쩌면 메시지보다 그것을 근사하게 포장할 수 있는 능력을 바랐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제가 있던 공간에서 제 메시지보다는 말투나 말을 전달하는 방식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억울하다고 호소했는데 말입니다.
 조근조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풀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고, 그들이 가리킨 손만 바라보며 답답해했습니다. 손이 가리키는 곳은 제대로 보지 않고선 말이죠.
 
 허영은 저만 갖고 있었습니다. 오독하고 편협하게 바라봐서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뭘 위한 죄송함이고, 어떤게 그렇게 미안한지 전 아직까지도 모르겠습니다. 면피용 같고 진정성도 안 느껴집니다. 만약에 그분들이 분란만 일으킨채 나갔단 여론이었다면 따로 사과도 하지 않을 정도로 전 얄팍한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더 죄송합니다. 딱 그 정도의 맘 가지고 두 분 맘을 불편하게 해서.

 그러니까 툭툭 털고 다시 돌아오셨음 좋겠어요. 다시 돌아오셔서 아치 때문에 좀 답답했다고 뭐라고도 좀 하고, 앞으론 잘하라고 얘기도 해주셨음... 그랬음 좋겠어요.

* 메아쿨파님 댓글 감사합니다. 메아쿨파님을 서재에서 만나뵐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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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04: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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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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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07: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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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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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0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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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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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12-30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뭔가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의견 교환의 과정에서 누가 일방적인 희생자이고 누가 일방적인 범인일리 만무합니다.
다른 사람을 당신이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

Arch 2009-12-30 19:28   좋아요 0 | URL
책임질만한 깜냥도 안 되는걸요. 경거망동한 것 같아서 사과는 해야했어요.
조선인님, 저 강하잖아요. 댓글 감사해요.

2009-12-30 1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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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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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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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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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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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9: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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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마녀 2009-12-3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게,민주주의 사회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견은 논쟁의 과정을 통해서 꽃피어나는 것이구요.
우리는 그렇게해서 피어난 꽃만을 보려들지,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곁가지들이 잘려나간 걸 간과하고 지나가지요.
그 가지들도 그렇게 일찍 꺾이고 잘려 나가려고 ...그 어두컴컴한 땅 속을,꽃샘 추위를 견뎌내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눈 막고 귀막고 입만을 열어 놓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아치님이 잘리고 꺾이지 않고 살아남아 언젠가 꽃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치님은 곁가지의 흔적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벌레를 받아들이실 수 있을 것이고,열매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저는 기꺼이 낙엽으로 떨어져 열매를 튼실히 할 자양분이 되겠습니다.

Arch 2009-12-30 19:41   좋아요 0 | URL
까칠마녀님 댓글 감사합니다. 눈 열고, 귀 열어 다 받아들인다는게 실은 내 틀 안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채 그저 '그런체'한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러기도 했고.
열매를 맺을 생각만 했지, 누군가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받쳐줘야겠단 생각을 해보지 못했어요. 까칠한 마녀가 아니잖아요. 에이! 혼자만 멋있는거 하고 ^^ 비유도 까칠마녀님이 하면 이렇게 멋질 수 있구나란걸 느낍니다. 감사해요, 정말.

2009-12-30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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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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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2-30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모르는 어떤 글들이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이번 알라딘 불매건에 대한 여러 글들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어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물론 매 논쟁때마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서로 다른 의견들을 얘기할 때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좋은것인가, 하는 건 오히려 이번일에서 정말 많이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메아쿨파님이 얼마전에 올리신 페이퍼를 봤을때는(어제였나요?) 두번 읽으면서, 그렇지, 때로는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기도 해야겠지, 하는걸 새삼 깨달았죠. 그래, 어떤때는 그런게 필요하기도 할거야, 하면서요. 그건 여태 제가 생각해내지 못했던 부분이거든요. 이번에 Arch님의 이 페이퍼를 보더라도 저는 이런 내용의 페이퍼는 쓸 수 없었을텐데, Arch님이 조금 더 성숙해지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요. 실제로 제가 많은 글들을 놓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Arch님 때문에 어떤분들이 나가셨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사실은 정말 그럴까? 라는 의문이 들어요), 그 분들이 나가시고 나서 불매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페이퍼들, 떠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글도 그렇고, 전 정말이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여러번 고개를 끄덕이곤 합니다.

기억의집님은 불매에 참여하진 않으시지만 불매가 일어나는 이 알라딘이 알라딘이라서 가능하다는데,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도 또 그렇다고 공감했어요. 아 그렇지, 하고요. 저 역시 불매에 참여하진 않지만, 불매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제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자꾸자꾸 알게되요.

Arch님.
우리가 어떤 결정을 했든, 어떤 생각을 했든, 그리고 어떤 글을 썼든 그건 다 우리 본인의 몫일거에요. 그러니 어느것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건 멈출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우리의 입밖으로 내뱉어지는 모든 말들은 다른 사람, 다른 상황과 어떻게든 연결되니 말이죠. 여기까지 쓰면서 제가 너무 횡설수설하고 뭘 어떻게 요점을 정리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

우리 한번 잘 해봅시다, 에요.
그게 뭐든 우리 잘 해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고 하자구요.


Arch 2009-12-30 19:47   좋아요 0 | URL
전 피상적으로 누군가의 아픔에 동조하고, 간접적으로 지지하는게 아니라 직접 발언하고, 제대로 해나가는게 정말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배웠어요.
달레랑스님(똘락방보다 이편이 더 좋아요.) 우리 잘 해봐요. 달레랑스랑 함께라면 전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뭐든.
노력한다, 열심히 한다는게 핑계는 아니고란 생각이 자꾸 머릿 속에서 빙빙 돌지만.

뷰리풀말미잘 2009-12-3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간 분들을 모르고 사건의 추이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 분들 신경줄이 너무 가느랬던게 아닌가 싶어요. 아치에게 쫒겨나다니.

Arch 2009-12-31 22:10   좋아요 0 | URL
옳소! ㅋㅋ 저 때문은 아니란 중론입니다. 그깟 댓글로 나갈 사람이 어디있겠냐는 구박도 받았어요.

차좋아 2009-12-3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지 마세요~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요. 서재야 닫았다가도 또 열 수도 있고.. 뭐가 그리 비장한지... 간다하면 잘가라 하면 그만이지요. 생각나고 필요하면 또 오겠지요.

잘 지내시지요?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rch 2009-12-31 22:10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도 새해 복 가득 받으세요 ^^

2009-12-31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3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1 2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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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2 0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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