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물었다. 내가 사회 문제가 일컬어지는걸 관심 갖기 시작한게 내 머리가 굵어져서인지, 이 정부 들어서 그런 문제가 더 많이 생겨서인거냐고. 친구는 둘 다거나 어쩌면 둘 다 아닐 수 있다고 말해줬다. 머리가 굵어진건 아닐거다. -여기서 더 커질 것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얕게 주워 들은 것으로 화를 내며 무기력해지지 않겠다며 이슈마다 번번히 귀를 쫑긋 세우고 별볼일 없는 의견을 보태는게 다였다. 내 앎의 수준이나 감정적으로 동요하는건 미진했는데도 개별 사안에 별다른 관심없는 친구들을 대할 때면 남부끄러울 정도로 아는체하기 일쑤였다. 지적 허영만큼이나 실천, 좌파, 운동, 무슨 무슨 주의에도 허영이 든게 나만은 아닐 것이다.

  알라딘 불매와 관련해 중도적인 입장이나 입장 보류, 불매 불참 등에 대해 누군가의 생사가 걸린 문제를 놓고 왈가불가할 수 있냐고 말하는 몇몇 댓글을 봤다. 그분들 나름의 진정성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들과 같이 의견을 보태지 못한건 사안의 시급함을 나 역시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불매가 단지 김종호씨에 국한된 문제라면 불매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을 보태줄게 없다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김종호씨의 구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불매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활을 도와주는 양상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김종호씨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애초에 내가 알라딘 불매를 한건 김종호씨의 손을 같이 잡아주고 싶어서였다. 그 혼자 외롭지 않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불매가 조직적인 운동의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알라딘을 소비함', 비정규직 문제, 김종호씨의 거취와 알라딘과의 문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쟁점들이 도출되었다. 아마 카페를 통해서도 좀 더 폭넓고 주요한 의견들이 제시될거라 생각한다.

  앞서 말한 댓글에 대해 다시 얘기를 해보겠다. 불매 운동은 조직화될 수 있지만 불매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개개인의 생각은 하나로 통일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난 다른 분들에게 강요하는식의 생각을 해보란 독려와 상대방이 깨어있지 않다는 식의 질책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절박함이 다른 누군가에게 닿는 방식과 시기는 각각 다르다. 그 순간은 강요나 허위로 이뤄질 수 있는게 아니다. 즉자적인 감정은 동요될 수 있지만 당사자만큼은 아닐 것이다. 상대방에 따라 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할 것이다. 그래서 운동은 어렵고 지난한지 모르겠다.


* 알라딘을 통해 몰래 물건을 구매했는데 구매 내역이 알라딘 공지사항에 뜨는 꿈을 꿨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다.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불매 운동인데 알라딘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 사람 계속 껴있어도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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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제 주문했어요. 물론 공식적으로 불매에 동참한다고 선언하지 않았지만 심정적으론 두달째 동참해 왔거든요.
그렇다고 꼭 필요한 책을 알라딘이 아닌 곳에서 산다면 더 편치 않으니까 알라딘에 주문했어요.
우리 모두 알라딘을 사랑하는 극진한 마음에서 나온 일이니까 꿈자리까기 편치 않은 거야 없잖아요.^^

Arch 2009-12-27 16:19   좋아요 0 | URL
각기 다른 지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전 오히려 그렇게 고민하는 와중에 답이 있는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합리화라면 어쩔 수 없지만.

마노아 2009-12-2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들에게 강요하는식의 생각을 해보란 독려와 상대방이 깨어있지 않다는 식의 질책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 요 대목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아요. 오고 가는 공방 속에 자꾸 상처입는 사람이 생기고 누군가는 폭력적으로 묘사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지고, 정말 난감하고 갑갑하기 그지 없습니다...ㅠㅠ

Arch 2009-12-27 16:20   좋아요 0 | URL
그렇죠... 평안한 마노아님도 맘 많이 쓰고 계실거라 생각해요.

Mephistopheles 2009-12-2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불매 운동인데 알라딘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 사람 계속 껴있어도 되는지.
-껴있으면 안됩니다.

Arch 2009-12-27 16: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껴있으면 좀 아프겠죠? 껴입는건 좋아하는데 참...^^

Mephistopheles 2009-12-27 18:29   좋아요 0 | URL
요즘 올라오는 페이퍼들로 보건데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껴있다는 건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게슈타포가 껴있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군요. 문제는 게슈타포가 아닌 일반 프랑스 시민인데 자기와 행동이 틀리다고 게슈타포라고 정의 내리고 있으니까요.

Arch 2009-12-27 17:05   좋아요 0 | URL
흠.. 바람구두님한테 물어보러 갈까요? ㅋㅋ 전 게슈타포인가봐요. 게슈타포인줄 모르는 게슈아치

다락방 2009-12-2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이 로쟈님 방명록에 이런 댓글을 다셨어요. 정확하게 외우지는 못하겠지만 '옳다라는 명분이 때론 앞도 옆도 돌아보지 못하게 한다'고 말이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주장하고 설득하기 위해 오히려 옳지 못한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도를 넘어서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한 사람을 구한다는 명분 아래 다른 한 사람을 매도하는 것이 옳을까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들을 곧잘 맞닥뜨리게 되네요.

Arch 2009-12-27 17:07   좋아요 0 | URL
만약 효과적이고 논리적으로 자신이 옳다는걸 증명한다고 하더라도 전 별로일거란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를 매도하고 그 사람의 진정성을 의심하는게 과연 자신들의 명분을 위해 필요한 일일까 싶어요. 그건 정말 명분 아닐까요.

Kitty 2009-12-2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저도 마노아님이 말씀하신 부분 밑줄 긋고 싶어요 ^^
아치님 가끔 와서 글은 보고 갔었는데 인사는 처음 드리는 것 같네요. 키티라고 합니다 ^^

Arch 2009-12-27 21:54   좋아요 0 | URL
저는 Kitty님 기억하는데... 오늘 즐찾했다면서 인사 건넨게 엊그제 같은데요 ^^
저도 잘 못지키지만 누가 너 그렇다고 하면 이젠 좀 더 생각해보려구요.

Kitty 2009-12-28 00:24   좋아요 0 | URL
헉; 그런가요?;; 이 치매 ㅡㅡ;; 죄송합니다 ㅠㅠ 제가 깜박깜박해요.
그럼 그동안 괜히 조용히 글만 보고 갔네요; 인사 안드렸는 줄 알고;; 댓글 달껄 ㅋㅋ

Arch 2009-12-28 11:11   좋아요 0 | URL
ㅋㅋ 괜찮은데. 앞으로 자주 뵈요.

나무처럼 2009-12-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누구도 타인의 권리나 자유를 파괴할 권리나 자유는 없다"는 세계인권선언문 마지막 구절이 떠오르네요

Arch 2009-12-28 11:12   좋아요 0 | URL
나무처럼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어요? 아, 곧 새해인데요.
1111
이다!

2009-12-27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8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