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브리핑에 반가운 글들이 떴다. 아껴가면서 읽다가 조금 서글퍼지고 말았다. 다들 행복한데 나만 힘들면 질투하고 시기하면서 좀 의욕적으로 덤비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맘이 안 좋았다.

  어제 Ch랑 얘기하다 친구랑 메신저를 하는걸 봤다. 사장이 졸라 갈군다 어쩐다 하자 상대방이 무심하게 말했다.
- 자금 사정이 안 좋나보지? 왜 그럴 때 고정비 줄이려고 사람들 알아서 나가라고 압력 넣잖아.


 일천한 능력에 비위 맞추는 소질도 없는 난, 요새 왜 이렇게 회사 다니는게 힘든가 싶어 의문이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던거구나. 난 얼마나 더 알아야 사람들이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을 알 수 있을까.
 요즘 대놓고 발악을 하는 사장을 보기 전까지는 그전에 내가 얼마나 편한 직장 생활을 하고,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랐다. 에잇, 이까짓거 돈 안 벌면 돼, 내가 이런꼴까지 보면서 지내야돼 싶은 맘은 다른 사람들이 억한 감정을 기껏 해야 술이나 먹는걸로 푼다는걸 알면서 쑥 들어가고 말았다. 퇴근 후에 왜 자기 시간을 갖지 않냐고 청맹과니처럼 묻던 입으로 술만 먹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벌지 않으면 다른 가족이 내 몫의 돈벌이를 해야하는데다 난 이제 너무 많이 피해다녔다란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이게 모두가 부침을 겪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면, 남들은 더한 것도 하고 있다란 생각에까지 미치면 정말, 벗어날 곳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이곳이 아니라고 날 받아줄데가 없겠어, 이거 안 해서 내가 못벌어먹고 살겠어란 치기가 없어진 것. 만에 하나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더라도 그곳 상황이 얼마나 다르겠냐는 자포자기. 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밥벌이의 지겨움을 몸에 익혀가면서 wish보다 must에 끌려 사는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음악 선곡권을 놓고 새로 들어온 G와 투닥거리고 있는 오늘 아침 아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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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2-0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안행복한 이야기 올려두었는데 나는 즐찾 아니라 브리핑에 뜨지도 않나여???
이까짓 돈 안벌면 되- 는 저도 아침마다, 혼날 때마다, 밉상대리 볼 때마다, 생각하지만 다음달 나올 카드값을 생각하면 술이나 마시고 풀자- 라며 다시 카드를 긁죠;;;;;;;; 아 쓰고보니 최악-_-

Arch 2009-12-02 12:04   좋아요 0 | URL
바보, 바보오~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지요.
나는 벌써 최악~ 뽀 서재가서 반점에 대해 얘기하도록 해요. ^^

무해한모리군 2009-12-0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늘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지만 왠지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아요.
전에 본 만화에 비슷한 구절이 있었는데,
늘 제자리를 도는 것 처럼 보이지만 빙글빙글 돌면서 원이 조금씩 조금씩 커지고 있을 듯 해요.
힘내요 사랑스런 아치님. 늘 당신글을 즐겨읽는 팬이

Arch 2009-12-02 14:56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휘모리님. 내 원이 정말 그럴 수 있음 좋겠어요. 왠지 더 작아지는 것 같고...
이거, 몸둘바를 모르겠는 말이라, 참. 또 고마워요. 회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