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이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지희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서울로 떠나버렸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꾸 누나를 찾는 민. 붙어있으면 으르렁대던 녀석들이 참.
민에게 생일이니까 하고 싶은걸 그려보라고 했다. 지민인 색연필만 잔뜩 모아놓고 그리는 시늉을 하다가 모르겠다며 이모가 알아서 하랜다. 너무 많은 자유는 원래 이런거야, 라고 돼먹지도 않은 생각을 해봤다.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거냐니까 지민인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밥을 맛나게 먹고, 포도까지 쓱싹 먹고선 길을 나섰다. 아이스크림만 먹고 들어오기는 아쉬워 자전거 타고 군산도 한바퀴 돌았다.
나무도 보고, 탱크도 보고, 배에 타보기도 했다. 민은 자전거 뒷자리에서 마소 부리듯이 빨리 가라며 날 채찍질했다. 그래서 꼭 안자주면 가겠다고 했더니 배만 잔뜩 주물러댔다. 주물거리는 느낌이 좋아 부러 늦게 갔더니 민은 아예 포기했는지 손끝으로 살짝 내 옷을 잡았다. 민에게 손을 끌어다 안아주라고 하고, 간질였더니 깨알처럼 웃는다.
이건 아무것도 몰라요, 표정. 두번째 사진은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걸 머리를 쥐어뜯는 것으로 표현한 것?, 세번째는 자기 이렇게 땀났으니까 빨리 집에 가자고 조르는걸 빌미로 마구 찍은 사진.
내항에서 사진 찍는다고 촐싹대다 부잔교 홈에 다리 한짝이 빠졌다. 허벅지에 손바닥만한 멍이 들었고, 온몸이 멍 투성. 지민인 자기가 조심하라고 했더니(그런말 한적도 없었으면서!) 이런다고 막 나를 꾸짖고, 이러다 죽는거 아니냐고 엄살을 피웠더니 가족들은 단순 타박상이니까 파스 하나 붙이란 얘기만 했다. 흑흑. 토요일 날 금강 하구둑 놀러갔다가 모기 밥이 돼서 온몸이 간지럽고, 얼굴엔 빨간 뾰루지가 나고, 생리는 기미만 보이고 영 올 기색이 없고. 월요일 회사 청소를 하면서 우울하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수다쟁이 JJ가 어디서 끊어온 해바라기 때문에(해바라기 아플거란 잔소리를 잊은건 아니지만), 끄적끄적 이랬어요 저랬어요 적어내려가며, 신나는 노래를 들어가며 조금씩 치유하고 있는 중이다.
순오기님, 편지로 때운다는 말은 오해예요. 민은, 저를 꼭 안아주며 큰 이모 선물이 제일 좋다고 했다니까요.(강요한 눈빛 쏴준거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