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신문사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경영혁신대전을 한다는 공문이 왔다. 처음에는 서면 인터뷰 형식이어서 흔쾌히 승낙했는데 알고보니 이백만원 정도(부가세는 별도다) 기업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사장은 처음엔 솔깃해하며 회사가 이정도라며 으쓱해했다. 그러다 옆에서 전무가 어깃장을 놓자 쿨하게 쓸모없는 짓거리라며 서류를 넘겨줬다. 그래서 쪼르르 J에게 가서 말해줬다.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해졌어요. J가 또 풀스토리를 들려줬다. 

- 전에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신문사며 방송사에 연락을 해서 취재요청을 한적이 있어. 내가 다 했지, 한군데 왔더라고. 먼데서 오니까 기름값이나 하라고 30만원 정도 찔러줬지. 
- 그게 신문에서만 보던 떡값? 그래서요? 신문에 나왔어요?
- 아니. 취재는 해가도 다 기사화되는게 아닌가봐.
- 그럼 30만원은?
- 그 기자도 좀 찔렸는지 자기 블로그에 회사 기사를 올리긴 했더라구.
- 에이, 그게 뭐예요.
- 뭐긴. 우리 회사 실체를 간파한 예민한 직관력이지.
- 응?
- 뭐가 없잖아. 지금은 좀 낫지만 그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거든.

 이런 J. 사장과의 의사소통 문제를 얘기하면서 사장이 너무 J만 혼낸다고 내가 거들자 
- 어떨 때는 말야. 들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얘기를 꺼내서 혼낼 때가 있어.  
라고 한다. 그래서 그럼 어떻게 하냐니까 30초 이후의 말은 안 듣는다고, 자기는 말 길어지면 안 듣는다는 것이다. 

 일전에 J가 다니던 회사에서 간부 미팅이 있었다. J는 30초가 지나자 공상에 빠져 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장이 부산엔 왜 설렁탕이 유명하냐는 질문을 한적이 있었단다. 설렁탕 맛만큼 깍두기가 맛있다는 얘기 끝에 나온 질문이라 조금만 눈치 있으면 금세 대답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 J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 (부산이 바닷가에 있으니까) 생선이 좋아서 그렇지 않을까요.
라고 말했단다.

 J가 내 속도에 맞춘다고 늦게까지 밥을 먹다가 자신이 전에 다닌 회사 얘기를 해줬다. 허풍을 떠는 것 같아 증명하라고 윽박지르자 무슨 사이트인가를 보여주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어쩌면 J는 복병(아, 일상적인 전쟁용어) 수시로 사장한테 불려가서 혼나고, 의견은 명확하지 않고, 일할 때면 측은할 정도로 망가지지만 어쩌면 복병. 헐렁하게 지내다 어느 순간 진가를 발휘할지 알 수 없는 복병. 물론 내게는 매순간 블링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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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2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치겠어요, Arch님.
설렁탕이 .. 생선이 좋아서 그런거라니! 아, 이런 대답 완전 좋잖아요!! >.<

Arch 2009-08-21 14:25   좋아요 0 | URL
저도 좀 좋아서^^ 혼자 이직 고민만 삼개월째라서 불안하긴 하지만 제가 볼때는 J도 은근 회사 다니는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 우리 4시에 볼링치러 가요~ 히~

머큐리 2009-08-2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하셔서 좀 심심했어요...이러다 아빠(?)되겠다...ㅎㅎ

Arch 2009-08-21 15:15   좋아요 0 | URL
아, 뭔소린가 싶었는데..^^ 이 정도로 되겠어요? ㅋㅋ

다락방 2009-08-21 15:46   좋아요 0 | URL
아 정말정말 ㅋㅋㅋㅋㅋ (은근 기대)

Arch 2009-08-21 16:0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건 정말 모르겠어요. 응?

비로그인 2009-08-23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씨는 뭔가 내공이 있어 보인다.. 유심히 살펴볼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