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다. 아빠에게 읽어드리고 엄마에게도 읽어드린다. 동생에게 읽어주고, 옥찌에게도 읽어준다. 아빠는 시인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엄마는 드러누워 좀 더 얘기를 해보라고 한다. 동생은 또 시작이냐는 표정이고 옥찌들은 살금 웃어버린다.
낭송, 고미숙의 책에서 고전읽기를 통한 낭송의 발견을 본 후로 탐을 냈고, 탐을 내면 바로 해버리는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내가 이렇게 코맹맹이 소리라니, 내가 이렇게, 이렇게로 시작되는 말들이 한무더기로 튀어나오고 입은 바싹 말라갔다. 그래도 낭송했다. 알라디너들 앞에서 낭송했다.
낭송, 지상으로부터 몸을 1cm쯤 붕 뜨게 만드는 단어.
낭송, 기름기가 묻은 목소리가 아닌 낭송을 듣고 싶다는, 필사 의욕을 강하게 불러일으킨 당신께 드리는 선물.
낭송, 언젠가 밤의 목소리로 꼭 해보고 싶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