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출타한 오늘, 낮잠을 많이 잔 옥찌들. 10시 49분인데 점점 더 생생해진다. 대체 언제 자려는걸까? 방금 전에는 정신없이 굴어 방에서 내보냈더니 옥찌 우는 소리가 들렸다. 가서 보니까 무슨 편지를 쓰는데 엄마가 안 알려줬다고 우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시 방으로 불러와 놀라고 한 후 잠깐 서재 들여다보고 있는데 둘이 킥킥대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응? 민이가 아주 흥미진진한 표정을 하고선 등뒤에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민, 그게 뭐야? 이모 한번 보여줘.
이 녀석, 점점 꾀가 늘어선
-보여주면 안 혼낼거야?
-(에효. 혼날줄 알면 안 하면 되는데...)응, 안 혼낼게.
민이 등 뒤에서 꺼낸건 서랍 손잡이였다. 나사를 풀어 갖고 있는거였는데 대견하다고 해야할지, 점점 지능범이 되어간다고 해야할지.
그러다 자꾸 입에 손을 넣는 것 같아서 뭐하냐니까

이가 아파서 손가락으로 튕긴단다. 충치가 있는데 수면마취까지 해야한다고해서 시간을 잡고 있는 중.
옥찌는 몇번 글자를 물어보더니 편지 쓴걸 슬쩍 보여줬다.

옥찌에겐 선생님이 가장 예쁜 사람인가보다. 동물을 키우라고, 잘 살라고 해주는 제자가 있는 선생님은 이 편지를 받고 기분이 어떨까. 이모한테는 안 쓰냐니까 나중에 쓴단다. 이모는 나중에 써준다고 대충 넘기려고 했다. 저건 어디서 배워선. 내 꼭 편지 받아내고 말테야. 그래서 바람이 아닌 햇님처럼 옥찌에게 말했다. 있잖아, 옥찌가 편지 써주면 이모가 예쁘게 답장 써줄텐데... 옥찌는 잠도 안 오고, 밤이 길 것 같은데 편지 하나 못써주겠냐면서 선심쓴단식으로 지금 편지를 쓰고 있다. 히^^
옥찌가 편지 쓰는 사진을 몇개 찍었는데 옥찌가 선택한 것과 내가 선택한게 좀 다르다. 그래서 그건 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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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옥찌가 고른 것

이건 내가 고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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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찌가 편지를 쓰는 사이사이 심심했던 민이 누나를 건들었다. 옥찌는 따끔하게 동생에게 뭐라고 하다가 안 되니까 울어버렸다. 그러자 민, '너 자꾸 그러면 스티커 안 준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옥찌는 자긴 스티커 안 쓰니까 상관없다고 하고.
우리 옥찌들 언제 자려고.
속성으로 쓱쓱 쓴 옥찌의 편지.
-우리 이모 사랑해요. 이모, 하내지마세요. 그럼이지 하나면 우리들리 무서차나요.
아, 옥찌들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잠 못잘 것 같다. 아주 못되고 숭악한 이모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