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이랑 옥찌랑 손을 잡고 오는데
요녀석 손이 보들거려 괜히 한번 물어봤다.
-민, 손이 참 부드럽네. 아기손은 왜 그럴까?
-이거 누구 손이게
-민이 손이지. 그런데 왜 이렇게 부드러워?
-응. 이서영이 만져줘서.
-응? 이서영이가 민이 좋아해?
-아니.
-그럼 민이가 좋아해?
-똥치. 이모, 이서영 똥치
부끄러워 똥치를 외치며 저만치 달려가는 민. 며칠 전까지는 옥찌 친구 이름을 틈만 나며 부르면서 이렇게 좋아해란 표시를 내더니 이제는 서영이를? 10시가 되면 잔다던 민은 누나 베개와 함께 뒹굴뒹굴. 내일 가을 소풍을 간다고 설레기라도 하는걸까?
애들 데리고 어린이집을 나서다가 내일 소풍이니까 오늘 집에 가서 일찍 자야 내일이 빨리 온다던 지희 선생님과 내일 보고 달려오라고 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 옥찌.
민이가 찰흙과 수수깡으로 만든 김밥을 보여주면 이건 누구거 누구거 이러니까
지민아. 그런데 김밥이 네개라 누구누구 먹지? 라고 물어봤다. 민은 한참 고민을 했다. 나도 내가 과연 순위 안에 들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민은 생각 끝에 아주 명료한 답을 내놨다.
그럼 가위로 잘라서 먹음되지.
어린이집 끝나고 잠깐 아이들을 보는데도 몹쓸몸이라 쉬이 피로해지지만 어제와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이모 노릇, 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