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날 가기로 했던 산을 일요일이 되서야 다녀왔다. 처음 출발할때까지만 해도 다들 의욕이 넘쳐 있었다. 꼭 누구처럼! 그런데 날이 좀 더웠다. 20-30분이면 가는 길을 쉬고, 보채고 짜증내는거 달래느라 한참이나 걸렸다.
로 시작할, 적어도 월요일날 올려야할 페이퍼를 이렇게 미루고 앉아 있었다.



 더워서 지쳐버린 민. 어? 그런데 저건 하트군. 방금 쉬야를 하고선 짜증을 와방 내더니 이렇게 슬쩍 이모를 사랑하는 맘을 표현하는거냐고 맘대로 생각하는 시니에씨.



 자전거를 모시고 갔다왔다. 정말이지 모시고. 아이들 셋을 태울 수도 없고, 먼저 갈 수도 없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어떻게 하다 왜 끌고 갔냐고 묻는다면

그냥 웃지요.



 지연, 옷은 왜 제끼고? 둘 다 분홍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난 햇볕이 내려쬐는 날에 아이들 사진을 찍는게 참 좋다.

 일요일의 사단은 바로 자전거. 혹은 날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너무 지쳐있어서 자전거에 태워가기로 했다. 세명을 한꺼번에 못태우니 우선 큰 지희를 먼저 태워서 입구에 내려놓고, 민이랑 지연이를 태워가려고 했다. 아이들에게도 설명을 잘 해줬다. 옥찌까지는 순조로웠다. 옥찌는 내리막길의 스릴을 즐기며 내 허리를 꼭 안고선 엠보싱 뱃살을 만지작거리며 웃을 정도로. 문제는 옥찌를 데려다주고 돌아왔을때 발생했다. 고함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누구나 나랑은 관련있는 일이 아니길 바라게 되는 난처한 순간이었다. 민인 길가던 사람들이 죄다 모여들 정도로 소릴 질렀고, 난 나대로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야할지 잽싸게 아이들만 태워가야할지, 고민하는 것조차 참 애매했고, 미안했고, 민망했다. 간신히 아이들을 추스려서 자전거에 태우는데 뒤통수에 대고 모여있던 분들 중에 한분이 자신도 아이를 곯려준다고 떼어놓고 갔다가 경찰 오고 아동학대로 신고한다 어쩐다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 그건 사실 큰틀의 아동학대로 보자면 별개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어 아이를 감금하거나 방치하는게 양육자에게 면죄부를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요일, 더운 날인데도 아이들이랑 산을 올라온 것부터가 잘못이었고, 아직 어린 아이를 충분한 설명이나 납득없이 혼자(지연이가 있었다지만)있게 한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동을 단지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고 상황 자체만으로 아동학대로 규정을 하자니 그 점 역시 석연치가 않다. 내 나름의 최선을 왜 봐주지 않느냐라던가 선의를 인정해달란 투정은 아니다.

 아이의 문제를 양육자의 자질로 몰고 가고, 양육 태도를 문제 삼는게 좀 불편할 따름이다. 양육 역시 모든 일과 마찬가지이다. 피드백이란게 있고, 아동의 자질이란게 있다. 혹시 4살의 다른 아이라면 충분히 다른 친구와 견딜 수 있는 일을 민인 자신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 충동성을 발휘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것도 양육자가 세심한 돌봄으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양육자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게다가 난 끝없고 커다란 모성을 갖고 있는 엄마도 아니다. 엄마가 아닌게 면책특권이 되는게 아니라 더한 짐이 되는 것도 잘 아는 사실이다.

 앞서 있는 누군가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다. 그들만큼의 깊이가 있고, 치열해진다면 아마 나도 마찬가지로 쓸 수 있겠지.

 

 옥찌의 파마한 모습이 보고 싶다는 이름모를 당신을 위해 살짝 접어주려고 했는데  몇 수십번의 (뻥섞인) 오류로 부아가 나선!! 한번만 잘못해도 수정이 안 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9-04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양육자에 따라 충분히 '아동학대'로 둔갑할 수도 있어요~~ㅜㅜ
옥찌가 한 인물 하는데요~ 또렷한 이목구비~~~ 포즈도 ^^

Arch 2008-09-04 09:14   좋아요 0 | URL
그럼요. 합리화가 아니라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게 있어선. 나름 최선이었는데 결과적으론 최선이 최악이 된 선택이라 궁시렁대본거예요. 옥찌 인물을 이제 알아보시다닛! 이모랑은 좀 딴판이예요. 그래도 이모 닮았단 소리도 좀 듣고 그래요. 선의의 거짓말은 세상을 밝게 하나니~

웽스북스 2008-09-0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우리 지민이 (누구맘대로 우리지민이 ㅋㅋ) 앞가르마했네~ ㅎㅎ

Arch 2008-09-04 20:41   좋아요 0 | URL
자꾸 이래, 자꾸!! 웬디양님^^&

nada 2008-09-04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도 더운데 시니에님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민이가 크게 한 껀 했군요.^^

엄마가 아니라는 게 확실히 무거운 짐이 될 때가 있더군요..

Arch 2008-09-04 20:45   좋아요 0 | URL
민이는 제 협박이 유효해 절 쬐끔 무서워하긴 하는데 그래도 한건씩 자기 전 자일리톨처럼 규칙적으로 해주니, 걷잡을 수가 없답니다. 저도 이렇게 엄살인데 엄마들은 정말. 우리 엄만 우릴 쿨하게 키운거 같은데... 그 쿨하다는게 말이죠. so CoooooL!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