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옥찌들과 쌀알 뻥튀기를 먹었다. 다들 먹어봐서 알겠지만 이거 먹는 것보다 바닥에 떨어지는게 더 많다. 그래서 지희랑 지민이에게 시범을 보여줬다.

-자 봐봐. 이렇게 세 손가락으로 쌀알을 집어서 입에 숑. 봐, 깔끔하지.

 지희는 그러네 하며 제법 잘 따라해서 바닥으로 낙하하는 뻥튀기 수를 줄이고 있는데 지민인 요 녀석은 고집이 있어서 쉽게 따라하질 않았다. 게다가 손에 침을 잔뜩 묻혀서 뻥튀기를 집어드니 아이 침이라지만 껄쩍지근하기도 하고, 그래서 좀 더 얘기를 (아이에겐 잔소리)했다.

-민아, 이거. 봐봐. 이렇게 하면 안 흘리고 잘 먹는다니까. 한번 해봐.

 지민이 나를 찬찬히 쳐다보더니 한번 따라하는 시늉을 하다가 곧 자기 방식으로 먹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말하려고 입을 떼는데 지민이가 한마디 했다.

-이모, (한숨을 푹 쉬며) 내가 알아서 한다고.

 어, 그래. 지민이가 알아서 하지. 그런데 이모 좀 무안한걸.

 

#2

 한낮이긴 했지만, 햇볕이 너무 강하지 않은 날.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갔다. 7시면 기상하는 옥찌들 덕분에 아침을 먹고, 뭘하고 뭘하고 했는데도 여전히 시간은 별로 안 지나 9시. 다른 아이들은 아직 기상 전이라 놀이터는 조용했다.

 한참 철봉에 매달리고 그네를 타며 뛰어놀던 지희가 주말이면 잠 좀 자둬야지란 생각에 벤치에서 헤롱대는 이모를 보고 말했다.

-이모, 이리와. 같이 놀게.

-응, 이모는 이렇게 벤치에 앉아서 옥찌들 노는거 보는게 좋은데.

-그래? 그런데 집에서도 맨날 앉아 있잖아. 놀이터에 왔으면 놀고 그래야지.

  아, 그러게. 놀이터에서 뭉개고나 있다고 지희에게 혼나기나 하고, 요즘 이모꼴이 말이 아니올시다이다.  

  놀이터엔 잠의 요정이 숨어있었던걸까. 정자 나무 그늘이 너무 시원했던걸까. 나중에 지희에게 요정을 그려달라고 해야겠다. 나무 그늘에서 잠가루를 뿌리는 요정. 잠가루 맞고 헤벌죽 웃는 내 모습까지. 딱딱한 벤치에서 비스듬히 자는 실력은 아마 타고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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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7-0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귀엽다, 나 막 웃었어요 (여기 회산데 ㅋㅋ)

hnine 2008-07-0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민이 말이예요,
웬지 저랑 '대화'가 될 것 같아요. 진지한 대화요.

Arch 2008-07-0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귀엽다 웬디양님^^ 저는 조그맣게 웃었어요. 여긴 집인데^^*/hnine님 진지한 대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말을 할는건 분명하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