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는 자유 - 옹기장이 이현배 이야기
이현배 지음 / 사계절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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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도시 속에서 복닥거리며 살다보면 뚝배기 된장맛이 나는 그런 만남이 절실해질 때가 있다. 그렇게 마음이 허하던 어제 저녁,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려 이 책을 빌려와 늦은 밤까지 울면서 웃으면서 가슴을 다독거려가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호텔에서 초콜릿 만드는 일을 하던 저자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3년간 옹기 만드는 법을 공부한후 전북 진안군 백운면 솔내마을로 들어가 옹기장이가 되었다. 아이 소풍 보낼 돈이 없어 걱정할 때도 있었지만, 돈으로 사는 재미에 얽매이기 보다 자신이 만드는 옹기를 통해 자유를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그의 모습은, 악으로 깡으로 3년동안 1억을 모았다는 어느 책의 저자보다 내게는 더욱더 부러운 존재이다.

기업은 먹을 거 가지고 장난질이나 치고 있고 인스턴트 음식이 난무하는 이 세상 속에서, 직접 흙을 캐다가 손물레를 돌리고 가마에 불 때워가며 숨쉬는 그릇 옹기를 만드는 일은 (게다가 돈도 안되는!) 이 세상이 요구하는 가치관의 반대편에 서있는 일이고, 나는 이쪽을 더 지지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생활문화라며 웰빙, 웰빙 떠들어 대지만 이 또한 편협한 소비문화만을 부추기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볼 때 더욱더...

내가 이렇게 격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옹기장이의 글은 옹기가 최고야 라며 부르짖는 그런 류는 아니다. 흙으로 빚어져 세상과 호흡하다 결국 자연스레 흙으로 다시 돌아가는 옹기처럼 그의 글은 자연스레 흐르며 그 안에 질박한 이야기들을 담아 낼 줄 안다. '역한 기운은 밖으로 뱉어내고 가둘 것은 꼭꼭 가두어두는 옹기'처럼 말이지. 글의 중간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흑백 사진들은 그 맛을 더해준다.

글중에 부패와 발효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다. 둘다 그 과정에서 부담스러운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발효의 경우에는 그 냄새를 맞고 나면 묘하게 군침이 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리뷰가 한편 밖에 달려 있지가 않다.(바람구두님이 쓰신 리뷰로 그 리뷰를 통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어설픈 글솜씨로 리뷰를 쓰고 있는 것은 누군가 이 보잘 것 없는 글 속에서 살짝이나마 군침을 느껴 이 책을 읽어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허한 마음에 좋은 친구가 되어준 이 책이 무척이나 고맙다. 이번에는 빌려서 읽었지만 조만간 한권 사서 곁에 두며 마음이 허해질때 가끔 꺼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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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7-0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겠습니다..^^
저도 그런 책들이 있다죠..님도 저 책에 대한 헌사로군요.. 애정에 찬..^^

nrim 2004-07-06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런 '장이'들의 삶을 무척이나 흠모하는 지라... ^^

메시지 2004-07-0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구두님 리뷰보고 보관중이었는데 느림님 리뷰를 보니 꼭 봐야겠군요.

nrim 2004-07-07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이거 발효 성공이군요. ^^

Laika 2004-07-2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읽겠습니다.....큰일입니다. 님들이 읽으라는 책은 다 읽어보고 싶어지니...^^

nrim 2004-07-2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라이카님, 저도 그렇답니다. 덕분에 보관함만 토실토실 살이 쪄가요,,,;;

바람구두 2004-07-2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추천... 흐흐.

nrim 2004-07-28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감사감사~

바람구두 2004-07-29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감사하시긴 뭘요. 이게 다 넘치는 패밀리 의식의 발현이죠.
밀어주기... 팍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