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바람이 한번도 창문을 흔들지 않았다. 천장의 쥐들도 간만에 숙면을 취하는 듯 조용했고
귀뚜라미 한 마리만 머리 맡을 오갔는데 외롭지 않아 좋았다. 1시에 잠이 깼는데 고작 내가 한 일이라곤 누워서 바람이 창문을 흔들어 주기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어제 산책길에 본 나무이름을 찾느라 시간을 쏟았는데 결론은 그냥 녹나무과. 녹나무과의 생달나무나 참식나무일 확률이 높은데 인터넷상의 사진만으론 정확히 구별이 어려워서다. 그리고 이곳은 녹나무. 생달나무. 참식나무가 많은 듯 한데 굳이 그렇게까지 구별해서 보려면 산책 시간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새는 오늘도 하루종일 울었다. 정확히 새벽 5시가 넘어가자 울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우는 새랑 낮에 우는 새소리가 다르다. 대여섯종 이상이 상주하는 듯. 대체 어디서 살지? 싶어 주변을 돌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후박나무 몆그루가 있고. 전깃줄에도 참새가 아닌 작은 새들이 보였다. 저녁 새가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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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김도헌 지음, 이병률 사진 / 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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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시옷님의 설레는 감성에 힘입어 나도 덩달아 <내 옆에 있는 사람>을 꺼내 들었다. 설레는 사람 옆에서 같이 설레며 수다 떠는 일 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어디 있으랴. 늘 하는 말이지만, 다 한 때인 것을...설렐 때가 좋은 거다. 어느 순간 어떤 경우에도 설레지 않는 상황이 온다. 온다고 생각한다. 읽어야할 소설들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서 그것들부터 해결하느라 다른 책들에 고개를 돌릴 여유가 없었다.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을 읽으며, 이건 손가락이 썼구나. 사람이 두뇌를 굴리면서 계획하고 노력해서 써지는 수준이 아니야. 한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부러움을 느끼며 덮었다 폈다 하느라 이틀 째 시루고 있다. 글쎄 이런 부분이 그냥 넘 좋은 거다. 그러니 읽고 또 돌아가 읽고 하느라 당최 진도가 안나간다.

(스포 있음)

 

밴의 바닥에 죽은 로마 원로원 의원을 싣고, 환하고 복잡한 거리를 달리려니 묘했다. 푸른 하늘이 더 푸르러 보였다. 차창 밖에는 사람들이, 오려낸 종이인형처럼 종이인형의 삶을 계속 살아가고 있었다. 진짜 삶은 밴 안에 있었다. 진짜 죽음이 있는 곳, 울퉁불퉁하고 움푹 팬 도로를 지나면서 덜컹대다가 암무의 시신이 흔들려 들것에서 미끄러졌다. 암무의 머리가 바닥에 있는 쇠 볼트에 부딪혔다. 그녀는 움찔하지도 깨어나지도 않았다. 라헬의 머릿속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고, 그날 온종일 차코는 라헬에게 말하려면 소리를 질러대야 했다. 226

 

두껍고 무거운 <작은 것들의 신>을 잠시 한켠으로 미뤄 놓고, 부러움도 잠시 내려 놓고, 가볍고 예쁜 우리 이 시인님의 책을 손가락도 가볍게 휘리릭 펼친다.

 

시를 쓰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이미 시인 이상의 자격을 가졌다. 시를 쓰며 사는 나 같은 사람보다도 그들의 존재와 설렘이 시를 더 빛나게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시를 아끼는 사람에 의해서, 시를 귀하게 여기는 시대의 마음 안에서 시는 탄생하고 울림을 갖는다.

 

하하 나, 이런 사람. 시를 쓰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구낭. 시인님 께서 시인 이상의 자격을 가졌다니 이 어깨 펴지는 마음은 무엇인지. 하하. 페이지가 없는 이 책, 그냥 펼쳤는데, 이 부분이 딱 나타났다. 그래, 심지어 운명인가 보다. 하하하. 어떤 책은 읽으면 마음이 한 없이 무거워지고 어떤 사람 앞에 서면 존재가 한 없이 쪼그라지는데, 어떤 책을 읽으면 이렇게 사랑 받는 느낌이라니. 갑자기 이 시인님이야말로 작은 것들의 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시인님은 바쁘시니까 이 글을 절대로 볼 일이 없겠지. 시인님 만약 보셨다면 저 술 사주세요. gg 맛난 안주로. <내 옆에 있는 사람>안의 글들이 다 그러했다. 작고 여린 것들을 보듬는 마음. (정시인님이 마음이라는 단어 같은 거 쓸 때 조심해야 한댔는데...함부로 쓰는 거 아니랬는뎅.... 한 문단에 도대체 마음이 몇 번이나 들어간 거지)

 

달빛이

        못다한

      마음을

             비추네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이다. 이 책이 별로 사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점에 가시거들랑, 이 부분을 펼쳐서 한 번 읽어 보시길. 그리고 시옷님께 권하고 싶은 책이 두 권 있다. 이 시인님이 사진을 찍은 두 권의 책인데, 한 권은 최근에 나온 <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또 한 권은 내가 가만히 가장 아끼는 책 중의 하나인 <안녕 다정한 사람> 이다. 디스크의 원인 중 하나가 음주라고 말씀해주신 어느 분의 마음을 헤아려 (또 마음 ㅎㅎ  그 분은 마음 같은 것 없었을 텐데. 있다고 내가 우긴다.) 금주하며 다소곳이 지내고 있다. 원래도 멘탈을 못 챙기는데, 몸이 이러니 정말 해결책이 없다. 시간을 견디고 시를 읽고 소설을 쓰고 싶다. ㅎㅎ 이런 망발을. 소설을 읽고 싶다. 바람에 날려가나 안가나 한 번 걸어봐야 겠다. 오늘은 너무 요양모드였다. 시가 있어 좋고 바람이 있어 좋고 내가 있어 좋다. 이 또한 망발이다. 알라딘 서재가 좋다. 오늘의 결론은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많이 사서읽어 주세요. 좋은 책입니다.

 

페이퍼로 작성한 것 같은데, 리뷰가 되어있네요...ㅠㅠ 수정이 안되어..그냥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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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5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5 0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5 17: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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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정원을 바친다
한국의 텃새, 정도를 찾으려다 이 영상을 보게 되었다.
신기하고 아름다워 링크



YouTube에서 `EBS 다큐프라임 - Docuprime_천국의 새 2부- 너에게 정원을 바친다_#001` 보기
https://youtu.be/t1YP61OVb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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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그제 책 읽을 욕심에 카페에 좀 오래 앉아 있었더니 다시 컨디션이 별로다. 이틀 잠을 설친 탓도 있으려니. 오늘은 화창함과 새소리를 창 밖에 두고 누워있다. 한낮인데도 새가 계속 울어서 그나마 좀 기분이 좋다. 언젠가는 쟤 이름을 알아내고야 말리라. 이제 겨우 12시 40분! 웃지말고 밥도 맛없게 먹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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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5-04 15:43   좋아요 0 | URL
엥 왜요?
웃지도 않으시고, 밥도 맛 없게 드신다니......

2016-05-04 15:52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서 웃으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없는 곳에서 여럿이 모여 드시는 분들 맛없게 드시라구요. 재미없게(^-^)v

단발머리 2016-05-04 17:55   좋아요 0 | URL
쑥님이 안 계셔서 그 자리에는 웃음도 없고 재미도 없고 밥맛도 별로였을 거예요~~ ㅎㅎ 아무렴요~~^^

2016-05-05 03:10   좋아요 0 | URL
그랬기를요. 두 손 모아 빌어봅니다. 전 지금 분홍 꽃수건 쓰고 앉아있어요. 상상할 수 있는 ㅁㅊ모습이어요^_^

2016-05-04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4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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