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와 제임스 조이스를 계승한 현대단편소설의 거장. <뉴요커>는 트레버에 대해 "영어로 단편소설을 쓰는.생존해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찬사를 보냈다. 카톨릭교도가 대다수인 아일랜드에서 중산층 개신교 집안에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배척받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느꼈다. 또한 유년 시절 내내 아버지를 따라서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13군데 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부모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지켜봐야 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떠밀려 조국을 떠나서 1954년 이래로 줄곧 영국에 머무르고 있지만 자신은 뼛속까지 아일랜드인이라고 말해 온 트레버는 한평생 이방인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의 작품에는 한결같이 죄책감에 사로잡힌 사람들, 외로움과 슬픔에 젖은 사람들,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 무시당하거나 오해받는 사람들, 버림받거나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는 여가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쓴 두 번째 소설 <동창생들>로 호손덴상을 수상하면서 1964년 서른여섯의 나이에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소설집 15권에 달하는 수백 편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단편소설의 아름다움과 힘을 질제된 문체로 표현해왔다. 트레버는 단편을 "누군가의 삶 혹은 인간관계를 슬쩍 들여다보는 눈길"이라고 정의한다. 작품에서 그는 누군가의 인간관계를, 그 관계를 이루는 사람을 확장된 사회라는 큰틀로부터 분리시켜 섬세한 눈길로 들여다본다. 최소한의 단어만을 사용하여 여백에서 등장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읽어 내게 만드는 독특한 심리묘사를 통해 현대인의 분열된 삶과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단편소설을 주로 썼다. 한편 트레버는 장편소설을 18권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스스로를 어쩌다 장편소설을 쓰는 단편소설가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단편과 장편 두 분야 모두에서 찬사를 받는 이례적인 작가이다. 오헨리상을 네 번 수상하고 맨부커상 후보에 다섯 번 올랐으며 휘트브레드상, 아이리시펜상, 래년상 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상을 수상했고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손꼽히기도 했다. -책날개에서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은 소장하고 싶은 전집 중의 하나다. 도서관에서 새로 들어 온 책들을 훑어 보는데 <윌리엄 트레버>가 눈에 띄어 빌려왔다. 도서관에 앉아 한 편만 읽어야지 하면서 제목들을 보다가 '욜의 추억'을 읽었다. 카바의 단편들이 그랬듯이 처음엔 좀 어리둥절 했다.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어쩌라구. 일주일이 지난 지금 다시 '욜의 추억'을 읽었다. 한 번 더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다시 한 번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사람은 등장인물 세 명 중의 한 명, 퀼런이다. 정황적으로 보면 미스 티처에 빙의 되어야 하지만, 늘 그렇듯이 소설 속의 남주인공에 빙의되는 나. 퀼런이 다시 한 번 더 만나자고 손짓한 느낌. 책날개의 저자소개가 참 마음에 든다. 적절히 명확한 느낌이다. <욜의 추억>을 읽고 나니 '외로움과 슬픔에 젖은 사람들의 삶을 슬쩍 들여다 본' 그런 기분이 든다. 그만큼의 외로움을 읽으려고 이런 단편들을 읽나 보다 하는 생각. 하루에 한 편씩 반납하기 전까지. 아침 독서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