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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나의 미오 ㅣ 힘찬문고 29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우리교육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겁은 나지 않았다. 내가 이 어두운 문을 지나 앞으로 가야 하는 일이 수백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오히려 용기가 나는 듯 했다. 일어나야 할 일이라면 일어나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벌벌 떨고 싶지는 않았다.>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외로움을 치료해주는 문학의 힘을 느꼈다면 처음부터 너무 오버하는 건가.ㅡ.ㅡ<미오 나의 미오>는 작고 여린 아이의 목소리로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 준다. '그 세계로 가지 못하면 살 수 없었'을 정도로 현실의 결핍을 느낀 한 소년이 있었다. 그 결핍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지만 그 곳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아이의 간절함은, 아이의 마음 속에 부족함이 없는 '완전한 세계'를 만들었다. 현실 공간에서 보쎄는 결핍을 느끼는 외로운 아이지만 '보쎄'가 만들어낸 공간에서의 '미오'에겐 결핍이란 없다.
<아빠는 내가 무엇을 하든 사랑에 가득 찬 눈으로 하얀 새가 아빠 주위를 파닥거리며 날아 다니는 동안 한 손을 장미 정원사에 어깨에 얹은 채 나를 쳐다 보는 지금처럼 바라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닫는 동안 나는 지금까지 살았던 어떤 때보다 더 행복했다. 너무나 행복해서 아주아주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미오가 죽음을 불사한 고통과 싸우는 힘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머나먼 나라의 미오에겐 자상하고 친절한 친구 윰윰과 하늘을 날 수 있는 말 미라미스, 배고픔을 달래주는 빵과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샘물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사랑을 베풀어 주는 아빠. 친구, 먹을 것, 사랑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인간은 행복할 수 있고 용감해질 수도 있다.
보쎄와 미오를 보면서 환상은 현실과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느낌은 보쎄와 미오 사이를 왔다 갔다하면서 경계의 모호함을 즐기게 했고 행복감을 느끼게 했다. 우리에겐 모두 '보쎄'와 '미오'가 공존한다. 현실에 발을 디딘 보쎄가 미오를 빌어 기사 카토를 물리친 것 처럼 나도 내 안의 누군가를 항상 일깨워야지.그리고 그 누군가가 살아 갈 튼튼한 마음의 집도 장만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