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선로 위에서 몸살을 앓다가
엉거주춤 깨어 보는 새벽 달
차고 고즈넉한 너의 세계는
어둡게 빛난다

발열하는 까마귀가 앉은 가스등은
차갑게 빛나며 길을 쫓는데
눈보라를 기다리던 빨간 열매는
추락하며 부서진다

끝간데 없는 바다가
갈매기를 실은 채 너울거리고
못다 본 새벽 달은
달고 따듯한 목소리로 떠있다

열차는 해안선을 따라 달리고
나는 열차에서 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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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를 보고 네 이름을 떠올려 보지만
너는 원하지 않음을 안다
너의 세월
네가 우러른 하늘
네가 견딘 눈발
네가 떨군 잎새
그 모든 것이 열매에 들었다는
나를
나의 시선을 너는 거부한다
네가 옳다
나는 수만 가지 색의 조화로 아름다운 들판을 두고
한 가지 색으로 단조로울
너를 보러 갈 것이다
너는 무던히 늘 거기 있을 것이고
무던하지 않은 나는

널 그리며 살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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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이 될 진 몰라도
오래 조용히 가만히
내가 원하는 그 곳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있어지기를
나와의 시간 이외는 없는 시간
나와의 공간 이외는 없는 공간
그 이외의 것은 견딜 것
모른 체로 익숙해 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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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환자 - 최인호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6
최인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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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인호의 소설을 읽었던가?
좀 이름있거나 베스트셀러다 싶은 것들은
이상하게 손이 안가는 습이 있어
어쩌면 최인호의 소설은 한 편도
안 읽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최인호 대표 중단편선<견습환자> 속의
「술꾼」(1970)을 읽고 소름이 돋았다.
최근 읽은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들도 기절하게 좋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단편이 있었구나
다행이다. 문장을 벼린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소설가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구나 라고 느끼며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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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15-01-2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꾼 진짜 장난 아니지..

2015-01-22 07:19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니 길 없는 길을 출간 당시 읽었었고, 몇 년 전에 꼬모 대표님이 최인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작가라며 입이 마르게 칭찬하며 길 없는 길이 최고 작품이라고 한 것이 떠오르네. 그래서 책 정리할 때 길 없는 길 못 버리고, 언젠가 다시 읽어야지 했던게 이제야 생각 남. 모르면 누군가 옆에서 알려줘도 깨우치는 데 한참이 걸림.
 
에피톤 프로젝트 - 1집 유실물 보관소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노래 / 파스텔뮤직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선인장 말고도, 한숨이 늘었어,해열제,반짝반짝 빛나는..
모두 눈물 나는 노래들이다.
현악기 소리..타악기 소리..건반 악기 소리...목소리...
소리..소리..소리들이 마음을 때린다.
소리를 골라 듣는다.
어떤 소리는 옥양목을 칭칭 감은 방망이로 가슴을 치는 것 같고
어떤 소리는 살살 쓰다듬고
어떤 소리는 가만가만 어루 만진다
어떤 소리는 가슴 속으로 늑골을 뚫고 흘러 들어 온다
저 부드러운 것은 어쩌면 뼈를 뚫고 들어와
뇌속으로 올라가는 느낌인건지 알 수가 없다
현의 소리는 어쩜 저렇게 천갈래 만갈래로 섬세한건지
소리,라는 말은 왜 이케 이쁜 건지
우리말이 이쁜 것 조차 너무
아프게 와 닿는다
아파서 죽을 것만 같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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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15-01-20 16:03   좋아요 0 | URL
유채꽃 손편지 좋네요. 추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