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선로 위에서 몸살을 앓다가
엉거주춤 깨어 보는 새벽 달
차고 고즈넉한 너의 세계는
어둡게 빛난다

발열하는 까마귀가 앉은 가스등은
차갑게 빛나며 길을 쫓는데
눈보라를 기다리던 빨간 열매는
추락하며 부서진다

끝간데 없는 바다가
갈매기를 실은 채 너울거리고
못다 본 새벽 달은
달고 따듯한 목소리로 떠있다

열차는 해안선을 따라 달리고
나는 열차에서 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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