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집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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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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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현대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 오랫만에 예전 시인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성복, 김승희, 최승자, 김혜순, 박재삼, 정현종,마종기,황동규,오규원,장정일...

오늘은 문득 이성부 시인이 떠올라 검색해보니 2012년에 돌아가셨다.

졸업 후에도 <전야>, <백제행>, <우리들의 양식>은 정말 아끼는 시집이었는데

당시 직장 동료에게 빌려줬다가 못 돌려 받았다.

자취를 하던 그 분이 말하길 도둑이 들어와서 책을 가져갔다고 했다.

흠..시집을 훔쳐가는 도둑이라..도둑이라 부르고 싶지도 않고, 깨끗히 포기했지만

잠 안 오는 밤에 한 번씩 그 시집들이 생각난다.

이성부 시인의 시 '봄'은 20대에 유난히 좋아했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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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6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6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가 딸들 손녀들이랑 보테로전을 봤다고 좋아하신다. 나는 일정상 빠졌지만 엄마와 열한살, 일곱살 조카가 찍은 사진을 보며 잠시 추억에 잠긴다. 큰아이가 조카보다 어렸을 때 선재미술관에서 보테로전을 보며 충격에 빠졌었던 기억이 되살아나서다. (그때 선재미술관 앞의 조각에 대한 인상이 강해서 그후로도 길게 내 의식 속의 보테로는 조각가였다.) 시골 출신이지만 도회적 성향의 엄마는 어린 우리들을 데리고 버스를 한 시간 씩 태워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다니셨다. 큰 동백나무가 있는 섬에 가기 위해 버스와 배를 번갈아 타며 몇 시간씩 고생을 했던 기억도 선명하다. 여름이면 가까운 바다에만 가는 게 모자라 버스를 갈아 타고 두 시간도 더 걸려 계곡에도 몸을 담그게 하셨고, 여원 잡지에 나온 요리 레시피대로 당시에는 평범하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 먹이셨다. 아빠와 우리의 이용.미용을 손수 해결하셨고 천을 떠다 옷을 지어 입히기도 하셨다. 작년엔 바티칸전이 보고 싶다셔서 모시고 갔는데 작은 성상화 앞에서 바짝 다가서는 엄마를 보고 흠칫 놀랐는데 연로하셔도 아직 저 열정이 식지 않았구나하는 느낌 때문이었다. 바로 나의 노후를 보는 것 같아 마냥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사람의 열정이란게 세월이 갈수록 피곤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뇨와 혈압으로 몇 년새 부쩍 노쇠해진 엄마. 엄마가 그렇게 업고 걸리고 줄줄이 사탕으로 데리고 다니던 엄마의 딸들은 또 딸들을 낳아, 예전과는 비교가 안되는 안락함으로 전시회장을 찾는다. 오늘 엄마는 막내딸이 운전하는 차로 편히 가서 예술의 전당에서 보테로전을 보고 그 때 우리만 했던 손녀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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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8-06 15:19   좋아요 0 | URL
쑥님 어머님의 열정이 깊이 와닿아요. 멋진 어머니세요. 그런것으로 살아가시는 게 아닐까 싶기도하고 나이들어가시는 모습 뵈면 짠하지요. 무더위 잘 견디시기 바랍니다.

2015-08-06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6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6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5-08-07 06:26   좋아요 0 | URL
훌륭하신 어머님이세요!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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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겨울 봄 편에 이어 여름 가을 편을 보았다. 시기적으로는 여름 가을이 먼저 나왔으니 거꾸로 본 셈. 사계절이 평면적으로 나열 되어 있어 전후를 살펴 보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리얼? 생활이 가능하기나 한건가 하는 의문을 받았던  여름편은 역시 리얼이지만 생활의 냄새가 묻어 있지 않았다. 환타지 장면도 두어군데 나오고. 여름편이 일상의 도시인들에겐 환타지라면 겨울편은 환타지를 현실로 가져오는 장치들을 일부러 심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겨울편에서 주인공이 공장에서 일하는 장면 같은 것이 그랬다.

 

예쁘기 보다는 씩씩하다는 느낌을 주는 주인공이 작업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여름편의 압권이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앵글이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자전거의 시선으로 주인공의 뒷모습을 따라 가는데 평범한 시골 풍경 안으로의 질주만으로 이 이후의 내용이 어떻든 상관이 없다. 볼 것을 다 봤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가을편의 마지막 장면으로 역시 가을 작업복 차림의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다. 이번엔 자전거를 탄 사람의 눈높이에서 앵글을 잡았는데, 뒷모습을 쫓다가 마지막에서 건강미 넘치는 여주인공의 얼굴을 잡아 주는 것에서 삶이 사람을 관통한 듯한 더 건강해진 주인공의 당당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음식이야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소박한 시골 풍경이 한 컷 한 컷 가슴을 파고 들었다. 정작 다 보고 나니 음식을 만드는 장면보다는 농사 짓기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 같은 것이 남았고, 호두를 담았던 대바구니가 참 이뻤다.이런 소소한 도구들을 보는 것이 재밌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완성해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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