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끊임없이 너 자신에게서 떼어 내며, 너를 피곤하게 하고 너의 나날을 정신없이 흘러가게 하고, 저녁이면 피로에 휩싸인 너를 잠 속으로 내모는 너의 고역, 너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그 의무적인 훈련이 나는 부럽다.117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언급한 이름. 줌파 라히리. 동생집에서 빌려와 첫번째 이야기 읽고 한 달이 지났는데 소설 속의 풍경이 자꾸 그려진다. 표면적으로 매우 잔잔한 이야기인데 주인공의 억누른 상처와 내면이 굵은 필치로 묘사되어 있다. 목판화로 꾹 누른 듯 소설 속 인물의 내면이 내 마음속에도 아로새겨졌다.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기 힘든 게 이치인데, 내가 마치 그 사람이 된 듯 아주 많이 아프다.
싱어송라이터 수상한 커튼이 올 1월부터 한 달에 한 곡 싱글을 발표하고 있다. 차분하고 정적인 목소리인데 들으면 힘이 나고 살고 싶어지는 수커의 목소리. 1월에 발표한 `그녀에게`가 특히 좋지만 다른 곡들도 두루 좋다. 어느새 9월, 12월까지의 막바지 행보에 격려를 보낸다. 어제 <인간이라는 직업>을 읽으며 수행모드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오늘은 투신모드가 하고싶지만.. 여의치 않으니 오늘까진 수행모드. 아침 안개가 제법 짙다.
읽으면서 읽다가, 이거 내가 썼나? 하며 표지 이름을 찾아 볼 때가 있다.ㅎㅎ
이 산문집 세 권이 내겐 그런 책들이다. 살면서 공감 할 수 있는 정서의 책은 자주 만나지만, 이렇게 백퍼 공감하는 책을 만나는 것은 어렵다. 이런 책들을 읽는 것은 가려운 속이 긁히는 것처럼 시원한 일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올드 걸의 시집> 참, 시원한 책이다....
어디서나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 관련 장면이나 물품들을 보는 것은 즐겁다. 그 이면의 스토리들을 살피는 일들도 마찬가지.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후로 그런 책들이 눈에 띌 때 마다 찾아 보고 있는데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책들이어서 반갑다. 읽은 책과 읽을 책들을 모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