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건_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_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 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
왜냐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비웃음,
압제자의 잘못, 잘난 자의 불손,
경멸받는 사랑의 고통, 법률의 늑장,
관리들의 무례함, 참을성 있는 양반들이
쓸모없는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견딜 건가?
단 한 자루 단검이면 자신을
청산할 수 있을진대. 누가 짐을 지고,
지겨운 한 세상을 투덜대며 땀흘릴까?
제3막 제1장

----------------------------
바람은 차고 햇살은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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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9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9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중C

 

 '망각에 저항'하기 위해서 살아 있는 자는 죽은 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는 두 번 살해당합니다. 한 번은 전쟁이나 학살이나 원폭, 식민지지배에 의해서, 두 번째는 망각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입니다. '망각'은 원전사고의 피해자 분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식민지 피해자, 차별 피해자, 전쟁 피해자 등 모든 경우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하라 다미키는 자살했다고 전해지지만, 저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불이ㅡ에 의해 학살된 것이라고요. 만일 이 세상이 전쟁도 차별도 핵무기도 없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였다면 하라 다미키가 자살하는 일은 없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하라 다미키는 살해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조선반도에 핵무기를 사용할 듯한 긴장상황은 아직도 지속 되고 있습니다. 매년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미군은 조선반도에 핵폭탄 투하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망각에 저항'하기 위해서 산 자는 죽은 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어느 하나의 문제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피해, 차별 피해, 식민지 피해 등 넓게 적용시키며 생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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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전락을 읽기 시작한 것은 1월 31일 밤이지만, 편의상 2월 목록에 넣는다. 어쩌면 읽기를 끝낸 시간은 자정이 넘었을지도. 2016년 2월은 필립 로스와 앨리스 먼로, 올리버 색스, 셰익스피어를 만난 달로 기억하면 되겠다. 프랑켄슈타인이 훨씬 더 연극적이고, 배우들 또한 더 배우 같았으나, 햄릿 또한 강렬했다....<미국의 목가1,2>와 <온더무브>를 2월의 책으로 꼽는다.

 

두번째 읽은 책도 있고, 대충 읽은 책도 있지만, 생각나지 않는 한 두 권 포함하면 거의 스무권. 권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2월은 꽤 읽은 편이다. 뿌듯하다...3월은 더 가열차게 읽고 쓰기로.


1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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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6년 03월 09일에 저장

실체가 없는 데 존재가 강렬한 책? 더듬고 또 더듬어가는 게 우리의 인생길이 아닐까.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아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내가 과연 나일까.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6년 03월 09일에 저장
구판절판
먼로의 발견. 순간의 포착. 찰나여서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을, 흘러지나가는 관계들을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들을 너무 잘 묘사. 슬픔을, 고독을 상처를 외로움이나 공허함 따위를 글로 그린다. 왜 단편소설이 시의 코드와 닿아있는가가 이해되는 책.
햄릿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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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9일에 저장

무대 위의 인간들은 왜 죄 아름다운 걸까..
코리올레이너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현우 옮김 / 동인(이성모) / 2015년 12월
12,000원 → 11,400원(5%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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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6년 03월 09일에 저장

비극이란 이런 것이구나 했던. 완벽한 신체의 표본을 왜 옷을 입혀 놓았는지..적어도 상체는 더 자주 노출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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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나머지 다른 이들 다 제쳐두고 오직 이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을 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의 가죽을 덮어쓰고서?

.....

무엇 때문에 천인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걸까요?

무슨 사연으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비스바와 쉼보르스카,<경이로움>에서

 

폴란드 시인 쉼보르스카는 이렇게 물었지만,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다른 생물이 아니라 하필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물론 이러한 질문에 정해진 답이 있을 리 없다. 그리하여 이를테면 누군가는,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살게 된 건 우주적 우연이나 사고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인간도 '자연선택'에 따라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한 생물종일 뿐 '인간으로 사는 필연적 이유'를 질문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고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쉼보르스카가 그녀의 다른 시 <선택 가능성>에서 읊었듯, 다른 누군가는 "존재, 그 자체가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는/일말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 존재, 그 자체의 당위성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렵기는 하더라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내가 꼭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인간으로 태어났어야 한는, 인간이어야 하는 필연의 이유,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 그것을 난 물어보고 싶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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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격동 중에 쥘리엥은 행복하다기보다는 놀라운 기분이었다. 마틸드의 야단법석은 러시아인의

술책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가를 그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말과 행동을 절제하는 것' 이것이 유일한 내 구원의 길이다.' 266쪽

 

쥘리엥은 마음이 다른 데 팔려 있었다. 마틸드가 보이는 격렬한 애정의 표시에도 그저 건정으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그는 침울한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마틸드에게 위대하고 숭고한 인물로 보였다. 마틸드는 그의 예민한 자존심이 모든 상태를 망쳐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312쪽

 

그의 무감동한 태도, 엄격하고 사나움에 가까운 눈초리, 창백한 얼굴, 요지부동의 냉정함으로 인해 첫날부터 그에 대한 평판이 일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는 그의 절도 있는 완벽한 예의범절이며 그가 별 꾸밈 없이 보여준 능숙한 권총 사격 및 검술 솜씨 덕분에 아무도 그에 대해 큰 소리로 희롱할 엄두를 못 냈다. 315쪽

 

쥘리엥은 야심에 도취해 있을망정 허영심에 도취한 것은 아니었따. 그렇지만 그는 외모를 치장하는 데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 315쪽

 

이 편지를 보내고 다소 정신을 차리자 쥘리엥은 처음으로 몹시 불행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죽는다 라는 그 숙명적인 말에, 그가 품었던 야심의 희망이 하나하나 그의 가슴에서 뽑혀 나갔다. 그러나 죽음 그 자체가 무서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전 생애는 불행을 향한 기나긴 준비 과정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불행 가운데서도 가장 큰 불해이라고 할 만한 것을 조금도 잊고 싶지 않았다. 326쪽

 

마틸드가 살아 온 파리의 상류 사회에서는 정열이 신중함을 버어 내던지는 일은 극히 드문 것이다. 창문으로 몸을 내던지는 것은 6층 꼭대기에 사는 하층민들에게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350쪽

 

마틸드 곁에서 느끼는 마음의 불편은 마틸드의 열정이 점점 유별나고 분별 없어지는 만큼 더욱더 커지는 것이다.

 

영웅주의 시대와 몸서리져지는 무서운 쾌감에 대한 기억이 마틸드의 머리에 고정관념처럼 달라붙었다. 지금껏 오만한 마틸드의 마음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던 자살이라는 집념이 마음속에 스며들어, 곧 그녀의 마음을 절대적인 힘으로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그렇지, 내 선조들의 피가 내게 와서 식어버릴 리 만무하지. 마틸드는 자랑스럽게 중얼거렸다.

 

이봐요, 정열이라는 것은 인생행로의 한 사건에 불과한 거요. 그러나 그 사건은 탁월한 영혼들만 겪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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