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나머지 다른 이들 다 제쳐두고 오직 이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을 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의 가죽을 덮어쓰고서?

.....

무엇 때문에 천인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걸까요?

무슨 사연으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비스바와 쉼보르스카,<경이로움>에서

 

폴란드 시인 쉼보르스카는 이렇게 물었지만,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다른 생물이 아니라 하필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물론 이러한 질문에 정해진 답이 있을 리 없다. 그리하여 이를테면 누군가는,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살게 된 건 우주적 우연이나 사고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인간도 '자연선택'에 따라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한 생물종일 뿐 '인간으로 사는 필연적 이유'를 질문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고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쉼보르스카가 그녀의 다른 시 <선택 가능성>에서 읊었듯, 다른 누군가는 "존재, 그 자체가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는/일말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 존재, 그 자체의 당위성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렵기는 하더라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내가 꼭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인간으로 태어났어야 한는, 인간이어야 하는 필연의 이유,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 그것을 난 물어보고 싶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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