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여요 안보여 꼬마야 꼬마야 5
카트야 캄 그림 / 마루벌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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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보여요 안보여> 는 '보여요 보여'와 같은 말이란 전제가 숨어있다. 표지와 안 쪽 첫 페이지에서의 제목의 대비도 그걸 노렸을까?  인식이라는 것의 양면성, 내가 생각하는 것에는 항상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책이라고 하면 좀 거창한가. 이 책의 감각적이고 신선한 느낌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 같긴 하다.ㅎㅎ... 이 책은 한 권의 디자인 일러스트집을 보는 느낌이다. 다양한 패턴과 형태, 착시 효과까지 넣어 색의 느낌과 형태의 느낌을 잘 살렸다.

등장 인물은 여럿인데 처음과 끝은 뚱보 아줌마와 소년이 주인물이다. 몸이 안보인다고 놀리는 아줌마 보란듯이 옷을 벗어 던지고 달려가는 소년, 색 대비에 의해 안 보이는 것도 안보이는 것이지만 운동화 위로 삐죽 조금만 보였던 양말이 커다랗게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조금만 보이는 것도 안보이는 것의 축에 낄 수 있다는 것, 빙산의 일각을 보고 빙산을 보았노라고 모든 것을 아는 양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또 안보인다고 이야기할 때 보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인간의 심리적인 측면을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말풍선을 붙여주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캐릭터로 개성을 지니며 마지막의 꼬마의 개구진 인상, 황당한 느낌이 끝까지 유쾌한 여운을 남긴다.

앞의 페이지와 뒷 페이지가 의미적으로 연결 되어, 칙칙폭폭 기차가 가듯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 따로 또 같이 연결되어 있는 것도 재밌다. 한 사건 한 사건이 단순히 색을 통해서만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연이 담겨 있다. 눈으로만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연'이 안 보였다가 보이는 것이 아차!하는 즐거움을 준다. 색의 바다에 풍덩 빠져서 허우적대고 나오면 어라, 그거 말고도 뭐가 또 있었네...하는 느낌.

시각적으로 무척 신선하고 즐거움을 주는 책이지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성찰^^도 겸할 수 있는 수준높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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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보아요 - 음과 양의 자연 자연과 나 15
더가 버나드 글 그림, 여연주 옮김 / 마루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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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5세 아이들이 보면 좋을 그림책입니다. 그 시기 아이들에게 적합하다는 그림의 단순성과 대비등, 아이들이 딱 좋아할 요건을 두루 갖추었어요. 18개월 아기도 아주 잘 보고 있구요.

자연의 순환과 이치를 양면을 대비시켜 보여주는데, 보여줄 뿐 설명이 없는 게 이 책의 장점이에요, 그만큼 독자가 해석할 공간을 마련해 놓은 것이니까요. 강렬한 색채의 대비에 의존하기 보다는 많고 적음이나 낮과 밤 등을 구도나 그림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조용히 집중해서 보여 주기에 좋습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이 책에 나오는 동물과 식물들을 간략하지만 알맹이 있게 소개해놔서 유익하구요. 나무에서 보아요, 우리들이 사는 집... 이 시리즈가 유아들 자연그림책으로 추천할 만하네요. 은근하면서도 호소력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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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사람들
이자벨 시몽 그림, 올리비에 두주 글, 박희원 옮김 / 낮은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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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의 사람들>은 직접화법으로 이야기한 리얼리즘 그림책이다. '창 밖'에 있는 사람들은 진흙과 골판지 등으로 실제 모형을 만들어 사진을 찍었고, 김 서린 창에 그려진 사람이 나오는 면은 벽지 모양으로 처리해 따듯하고 안정된 안의 이미지와 춥고 배고픈 밖의 이미지를 극명하게 대비했다.

<뿌연 유리창에 착한 사람 하나, 손가락으로 그린 그림일 뿐입니다. 둥근 얼굴에 눈이 두 개. 눈은 있지만 볼 줄 모릅니다. 창 문 너머는 추운 거리, 착한 사람들이 몸을 웅크리고 길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고단한 삶. 창문 바깥 세상입니다.>

위의 텍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창 밖의 사람들'은 '직접 말하고 직접 보여주는'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림책에서 이런 느낌의 책을 발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림책의 독자대상은 아무래도 유아를 상정하고 씌여지고 그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드러내놓고 할 말을 하는 그림책에서 독자는 상상의 나래를 펴거나 감동을 받긴 힘들다. 하지만 이런 '가치'나'선택'에 관한 것들을 대비하여 '보여 준다'는 것, 그리고 실생활의 오브제를 많이 사용해 관념적인 것을 시각화 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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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4-24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현기법이 전해주는 파장이 상당히 큰 책인데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다음에 서점 나가면 반드시 한 번 살펴볼랍니다.
 
미오, 나의 미오 힘찬문고 29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우리교육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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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겁은 나지 않았다. 내가 이 어두운 문을 지나 앞으로 가야 하는 일이 수백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오히려 용기가 나는 듯 했다. 일어나야 할 일이라면 일어나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벌벌 떨고 싶지는 않았다.>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외로움을 치료해주는 문학의 힘을 느꼈다면 처음부터 너무 오버하는 건가.ㅡ.ㅡ<미오 나의 미오>는 작고 여린 아이의 목소리로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 준다.  '그 세계로 가지 못하면 살 수 없었'을 정도로 현실의 결핍을 느낀 한 소년이 있었다. 그 결핍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지만  그 곳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아이의 간절함은,   아이의 마음 속에 부족함이 없는 '완전한  세계'를  만들었다. 현실 공간에서 보쎄는 결핍을 느끼는 외로운 아이지만 '보쎄'가 만들어낸 공간에서의 '미오'에겐 결핍이란 없다.

<아빠는 내가 무엇을 하든 사랑에 가득 찬 눈으로 하얀 새가 아빠 주위를 파닥거리며 날아 다니는 동안 한 손을 장미 정원사에 어깨에 얹은 채 나를 쳐다 보는 지금처럼 바라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닫는 동안 나는 지금까지 살았던 어떤 때보다 더 행복했다. 너무나 행복해서 아주아주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미오가 죽음을 불사한 고통과 싸우는 힘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머나먼 나라의 미오에겐 자상하고 친절한 친구 윰윰과 하늘을 날 수 있는 말 미라미스, 배고픔을 달래주는 빵과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샘물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사랑을 베풀어 주는 아빠. 친구, 먹을 것, 사랑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인간은 행복할 수 있고 용감해질 수도 있다.

보쎄와 미오를 보면서 환상은 현실과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느낌은 보쎄와 미오 사이를 왔다 갔다하면서  경계의 모호함을 즐기게 했고 행복감을 느끼게 했다. 우리에겐 모두 '보쎄'와 '미오'가 공존한다. 현실에 발을 디딘 보쎄가 미오를 빌어 기사 카토를 물리친 것 처럼 나도 내 안의 누군가를 항상 일깨워야지.그리고 그 누군가가 살아 갈 튼튼한 마음의 집도 장만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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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비밀수업
오카다 준 글 그림, 김지효 옮김 / 대교출판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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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비밀 수업'은 작은 조각 이야기 16편이 모여서 "학교"라는 커다란 이야기 덩어리를 보여준다. '학교'는 옛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알게 모르게 비밀들이 생기고 사라져간 장소이다. 건물 만이 아닌 아이와 교사와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이 결합 되어야만이 비로소 학교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탄생한다. '방과 후 비밀수업'은 그 조각 이야기들을 자잘하고 아기자기하게 엮어 놓았는데 정신 없거나 산만하지가 않고 심플하면서 유쾌하다.

'방과 후 비밀 수업'은 어쩌면 공공연한 비밀 이야기들을 털어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 알고 있지만 비밀에 붙여 두었던 많고 많은 이야기들. '방과 후 비밀 수업'을 읽고 나면 '어쩜 이렇게 구석구석의 이야기들을 다 건드려 놓았을까.' 감탄하게 된다. 작가가 초임 미술교사 시절에 쓴 글이라 현장성이 느껴지는 사실감과 일본식 환타지의 절묘한 조화가 신선하고도 신비로운 이야기들로 탄생했다.

학교쥐의 입으로 듣는 학교의 전설 같은 이야기들은 학교의 주인인 아이들을 이야기하면서 학교의 물건, 헐려가는 학교의 옛 교사, 교정의 나무, 일하는 아저씨, 미술실의 도구를 통해 인간과 사물의 관계,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이야기한다. 행여 눈치 못할까봐 학교 쥐의 이야기를 통해 친철한 길 안내까지도 덧붙였다.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방과 후 비밀 수업'을 다 '듣고' 나면, 어쩌면 굴레가 되었기도 하고 지금 굴레이기도 한 학교의 육중함이 날아가 버리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의 학교와 학교의 과거와 미래 ,그 안에 존재하는 또 존재했던 이들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동화, 오카다 준의 '방과 후 미술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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