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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ㅣ 꼬마야 꼬마야 6
몰리 뱅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맹랑한 눈 빛의 아기 새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있다. '기러기'fk고 씌여진 제목을 보며 '얘가 오리가 아니고 기러긴가벼...' 한다. 그 아기 기러기를 둘러 싸고 있는 정체 모를 털을 가진 짐생. 호기심유발엔 일단 성공이다.
책장을 펼치면 표지에 엎드려 있는 짐생의 털의 이미지는 그대로 비바람의 이미지로 변형된다. 흐뿌리는 바바람의 선을 따라 페이지를 넘기면 그 비바람 속에서 둥지에서 알 하나가 떼구르르 굴러 떨어진다. 겨우 두어 장을 넘겼을 뿐인데도, 아래서 또 위에서 카메라를 잡은 듯 화면 구성을 자유자재로 해 마치 짤막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같다.
암튼 그 알은 구르고 굴러 용케 비버의 집에 떨어진다. '짠~'하고 알을 깨고 나오는 기러기의 영민한 눈빛...무표정하지만 듬직한 부모 비버의 눈동자는 동시에 독자에게 안도감을 준다. 비버 가족은 '기러기를 흠뻑 사랑해 주었고 살아가는 방법도 하나하나 가르쳐' 주는데,기러기가 비버의 생활 습성을 배우는 모습을 추억의 앨범 속의 사진처럼 처리했다. 덕분에 독자는 마치 현실 속에서 손 때 묻는 추억의 앨범을 보는 듯 정겹고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한 기분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허나, 그런 따스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혼자만 다르다는 외로움을 느끼는 기러기를 보며 우울해진다. 아니, 드디어 얘가 성공을 전제로 한 가출을 시도하려는 구나...뭐 그렇게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결국 기러기는 혼자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혼자 있으니 되는 일 하나 없이 슬퍼하며 방황하던 기러기...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날아오르게 된다.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러기는 멀리멀리 날아서 마침내 집으로 돌아....
그 뒤는 궁금해하시라고 남겨둔다. 어쩌면 당연한 반전이기도 한 결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끝까지 읽으면 마음이 따듯해지고, 자꾸자꾸 읽으면 내면이 강해질 것만 같은 그림책이다. 누구, 누구, 누구, 선물하고픈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옛날 교과서만한 작은 장정과 짧은 글, 꼬마야 시리즈로 나왔지만 상징하는 바가 넓어서 굳이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 한 가지 흠이라면 그림책의 코드에 너무도 충실한, 그래서 약간은 상투적이라고 느껴지는 것. 그 상투성은 내용에서 느껴지는 것이라기 보다 <그림책의 그림읽기>를 너무 열심히 읽어서 느껴지는 그림책 코드에 대한 상투성이다. 이 말이 궁금하진 열분들은 <그림책의 그림읽기>를 꼬옥 읽어 보시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