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제 돌려만 놓고 안널은 세탁기 속 이불이 생각났다. 빨래를 하긴 하는데 너는 걸 곧잘 잊는다. 너무 자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빨래널기.
기분상으론 오늘부터 연휴여서 마음은 어제 밤부터 한갓져야하는데 눈의 피로와 이상한 찜찜함과 서글픔이 찾아와 잠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중간에 한 번 깨어 잡생각을 했지만 7시에 눈을 떴으니 처방은 성공적이라고 해둔다.
반납해야할 도서관책들을 떠올리면서 신간을 빌려오려면 최소 이틀 전에는 도서관에 갔어야 한다고 자책해보지만 소용없다. 강상중책을 더 빌려올까 말까 고민한다. 진지하다. 주변에 진지남들이 널려있다. 진지함은 지루하다. 가벼운 것은 읽기 싫고 무거운 건 손이 안가고 진지한 건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대체 뭘 읽겠다는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김이듬의 새 시집이 나왔다. 김이듬의 시를 정색하고 읽은 기억은 없지만 <모든 국적의 친구>를 읽으며 시를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싯귀들을 읽어보니 새시집을 읽어보고 싶다.
알라딘 배너는 오늘까지 주문하면 연휴전에 받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왠지 연휴에 읽으려면 오늘은 서점에 나가 책을 사야만 할 것 같다. 사실 못 받을까 불안하다기보다 명절 장보는 기분을 서점 가서 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조금 먼 도서관엘 갈 것이냐 가까운 데만 가고 말것이냐 알라딘에 책주문을 할 것이냐 서점에 나갈 것이냐를 고민하면서도 청소를 하다 만 (한 칸만 했다)
냉장고 속이 생각났다. 오늘 가까운 도서관과 서점에 가고 이불빨래를 널고 냉장고를 한 칸이라도 청소한다면 건전한 생활인 축에 낄 수 있을 텐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셔 다시 이불을 덮어쓰고 싶은 건 안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