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완전한 것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 같지만 그렇기에 어쩌면 더욱 파편적인 것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분열되는것을 두려워하지만 존재의 본질은 분열이 아닐까. 늘 순간을 넘어서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왔다. 존재는 모두 순간으로만 존재하기에 그 순간을 읽어주기를 표현해주기를 갈구하는지도. 불연속적이고 찰나적으로만 존재하는 존재를 표현하고자, 언어로 기술하고자 하는 몸부림.
공간을 만드는 것은 어려워도 깨지는것은 얼마나 쉬운가. 손톱만큼의 빛,소리에도 공간은 쉬이 깨어진다.
사무엘 베케트의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를 읽으며 든 생각이다. 무대 위에서 하염없이 읊조려야 할 것 같은 나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작품. 한국어로 읽으며 굳이 멘붕체험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 하지만 세상 곳곳에서 시도 되는 이런 류의 실험정신을 지지한다.
어제 언니가 독서모임 내년 계획을 짠다고 뭐 읽을만한 책 추천 해봐. 하는데 갑자기 머리 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세상에나 추천할 만한 딱 떠오르는 책이 단 한 권도 없는 것이다. 소설은 넘 많으니 비소설, 시집 이런 것 좀. 허허허 난 요즘 소설만 읽는데? 그럼 소설이라도 추천해봐 이런 얘기가 오간 끝에 든 생각은 적당한 재미와 적당한 분량과 적당한 깊이의 적당한 토론거리가 있는 책은 참 드물다는 것이다.
요즘 넘 신기하게 생각하는, 어쩜 이런 내용, 이만큼 분량의 책이 이렇게 가독성이 좋단 말인가!! <사피엔스> 올 해의 만남 올 해의 작가 에밀졸라 <목로주점> <인간짐승> <제르미날> 모두 분량이 안습이다. 올 해의 발견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시마 유키오의 책들도 일반인?도 참여하는 독서모임에 권하기는 좀 위험하다. 독서의 기쁨을 느낀 <나라의 심장부에서> 도 두루 좋아하기는 힘든 책이다. 열린책들<돈키호테>도 정말 권하고 싶은데 차마 권하지 못하겠다. 내년엔 로스 빠들과 로스책들을 한 권 한 권 다시 읽어가며 그를 찬양하고픈 생각도 방금 막 들었다. 다른 사람 방해 안되는 공간에서 큰 목소리도 실컷 웃어가며 침도 튀겨가며 열라 찐한 독서모임ㅎ
결론은 이렇게 세 권을 추천했다.
<멀고도 가까운>
<한 명>
<연애의 책>
그리고 올 해 읽은 책 중에 정말 좋다고 생각했던 책 두 권이 지금 생각났다.
<소설가의 일>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