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깼는데 넘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싶다. 부시럭거리면 옆사람 수면에 방해되기도 하거니와 추위타는 사람이어서 감기들까봐 그냥 숨죽이고 폰으로 북플질. 지난 주 네 권의 책을 찔끔찔끔 읽었는데. 오늘 읽은 보통책에 나왔던 문열 좀 열고 살아야하는 아내와 꼭꼭 닫고 살아야 하는 남편이 바로 지금의 내 상황. 아주 한겨울에도 나는 우풍이 좀 있는 방을 선호한다. 공기까지 따듯한 방을 숨막혀한다. 반면에 쩜쩜쩜.

예전부터 보통책은 좀 안읽히는 편이어서 준비독서를 한답시고 두리번거리다 인생학교:섹스를 읽었다. 편집이 헐거워서 그냥 앉은 자리에서 스윽 읽히는 정도였는데 앞부분은 별 느낌이 없고 공감이 되지 않았는데 뒷부분은 공감. 읽고 반납해버려서 내용이 아리까리한데 부부가 섹스를 안하게 되는 이유에 공감했다. 읽고 나서 이런 부분만 기억나는게 이 책이 쓰인 의도는 아니겠지만, 굳이 해석하자면 부부는 언제나 완벽한? 섹스를 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정도로 이해했다.

장미의 이름도 읽기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과 에코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는 부담감 때문에 얇은 책을 몇권 빌렸는데. 장미의 이름 읽기에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책들이었다. 단지 젊은 소설가의 고백에 장미의 이름 집필과정이 서술된 부분에서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되는 수도원은 완벽하게 허구라는, 상상의 산물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면 빈 근교의 멜크수도원은 소설을 배경으로 업고 그렇게 성업 중인것을 뭘로 설명하나. 뭐 이런 예가 사실 이 경우 뿐만이 아니겠지만.

하여, 나는 지금 그냥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해야 할것이냐. 최소한의 부스럭거림으로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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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6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9-26 17:47   좋아요 1 | URL
하여 쑥님은 1) 억지로 다시 잠을 청하셨을까요? 2) 일어나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으셨을까요?


정답은!!!

2번입니다.


참, 이 이벤트 선물이 뭐였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리 2016-09-27 09:10   좋아요 0 | URL
어젠 좀 에어컨 켰어야할 꿉꿉함ㅜ
스탠드켜고 책보는 모습이 상상됩니다!ㅎ

꿈꾸는섬 2016-09-28 20:36   좋아요 0 | URL
장미의 이름은 20대때 정말 재밌게 읽었고 보통은 좋아하는데 요새는 통 읽지를 못했네요. 하루종일 다른 일들로 바빠요. 여기저기 바쁘다는 인사로 또 바쁘구요.
한밤중에 일어나서 부스럭거리며 책을 찾아 읽으셨으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