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 줄 알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2시에 눈이 떠졌다. 불을 켤까말까 망설이다 불을 켰다. 읽고 있는 책들이 죄다 가방 속에, 가방은 거실에 있어 머리 맡의 책들에 눈을 돌린다. 기분전환용으로 간간히 펼쳐보는 <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그 때 그 때 행운점을 치듯 짠하고 페이지를 가른다. 오늘은 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 있는 성바실리사원. 출장 갔던 식구가 사다줘서 우리 집 냉장고에 떡하니 붙어 있는 그 엽서 속의 사원이다. 성바실리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지도 속의 위치나 도면을 보니 도시의 공간이 그려지고 건축물의 속을 좀 알아진 감이 있다. 역시 지도와 도면이 갑이다.
모스크바에 저렇게 굴곡진 강이 있었구나. 고리키거리와 고리키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송정림의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읽고 고리키 단편을 읽을 작정이었는데 인연이 여기서도 이어진다.
저자가 거친 눈발 속의 붉은 광장에서 한 시간여 밤산책을 한 감상을 읽으며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을 떠올렸다. 이 두 책의 공통점은 감수성과 글발이다. 선이 굵은 두 남자가 써낸 섬세한 건축방랑기 쯤이 되겠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고 예술가의 감성으로 써내려간 글을 침대 위에서 편안하게 읽는다. 하물며 모스크바. 숟가락 하나 얹는 심정이 호사스럽다. 뭐 언제 실물을 볼 수 있으랴하는 심정이고 보면, 이런 책 한 권, 한 페이지의 감성은 더없이 소중할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