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송정림 지음 / 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것_진부하다. 안 그래도 봄기운에 나른한데, 왠 사랑 타령. 싫다.

목차를 살펴 본다. 아는 책과 모르는 책이 섞여서 서른 다섯 권이 나열되어 있다. 아..질린다. 이 놈의 책들이란. 아는 책이든 모르는 책들이든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투덜거린다.

 

어제 도서관에 갔다가 송정림 작가의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1,2,3권이 나란히 꽂혀 있는 걸 본 것이 오늘 <사랑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펼친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책이 많은 시대에 감칠 맛나는 에세이들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같은 제목으로 1,2,3권을 낼 수 있었다면 필시 매력있는 글쟁이일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투덜거리며 목차를 본 후 펼친 페이지는 <롤리타>였다. 문학동네 <롤리타>번역이 그렇게 좋다며, 신형철 평론가가 사비를 털어서라도 번역비를 더 드리고 싶다고 표현한 그 번역본이 궁금해서 친구에서 <롤리타>를 삥 뜯었었다. 그리고 잘 모셔두기만 했다. 기회가 있어 강의도 한 번인가 두 번인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리타>를 읽지 않았다. 못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두 번 읽으면 더 좋다고 읽으면 읽을 수록 좋다고 한 이야기는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최근에 어느 독서모임에서 <롤리타>를 읽을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 온다. 그럼 이 참에 롤리타를 한 번 제대로 읽어 볼까.

 

작가가 <롤리타>에 할애한 페이지는 5페이지다. 이런 제목을 붙여 놓았다

 

사랑은 가시에 찔리지 않고는 장미를 딸 수 없는 비극이다.

 

작가의 감상과 줄거리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격정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작가의 감정은 넘치지 않는다. <롤리타>를 읽어 보고 싶게 만든다. 뒤이어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를 소개했다. 모르는 책이다. 이런 제목이 붙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신의 선물을 받아 든 사람이다.

 

왜일까? 사랑하는 사람은 왜 신의 선물을 받아 든 사람일까? 해답을 찾는 기분으로 더듬어 읽는다. 몇 페이지 안되니 해답을 금방 찾았다. 아, 아름답다. 참 아름답고도 슬프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일 것 같고 소개 또한 그러한데 한 권의 책을 읽은 듯도, 몇 장면의 영화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읽은 <단순한 열정>은 무엇이라 소개되어 있을까. 몇 달 전 나는 <단순한 열정>을 읽다가 인상을 찌푸리고 책을 덮고 말았다. 어디서 많이 보던 기시감. 에잇, 안 읽어. 했었던. 그리고 얼마 전 전철에서 읽을 얇은 책을 찾다 보니 <단순한 열정>이 눈에 띄었고. 이번에는 다 읽어졌다. 이게 뭐야. 내 감상은 그랬다. 이게, 뭐, 대체, 어쨌다구.

 

사랑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 간다.

 

<단순한 열정>에 붙어 있는 제목이다. 이 아무렇지도 않은 단순한 문장 속에는 얼마나 숱한 감정들이 녹아 있다 같이 사라져 가는가. 단순하다고 해서 맹목적이라고 해서 가볍게 치부 될 수 있는 감정은 없다. 작가는 <단순한 열정>을 '소설이라기 보다 일기에 가까운 그녀의 고백에는 감정이 없다...철저히 육체적이고 단호히 사실적이다'라고 설명 한다. 아, 그랬구나. 감정표현이 없었구나. 어떤 의미로 함몰되는 독서를 했기에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나의 읽기를 짚어 주는 부분이었다.

 

아무튼. 이 책, 이런 책이네. 사랑을 권하는 책이 아니라, 책을 권하는 책이잖아. 짧은 단상들이라, 어디에서 펼쳐도 한 챕터는 읽을 수 있는 짜투리 시간 담당 전용, 봄기운에 흐드러지는 모호한 열정을 정리하기에도 좋겠다. 한 권으로 서른권 이상 읽은 효과를 볼 수 있으니 경제적인 책이다. 봄날, 가방에. 마음에 담아두기 좋은 책이다. 둥지라면야 말 할 것도 없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리 2016-03-1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책 찾아보게 하는 책이더라고요ㅎ

2016-03-21 19:41   좋아요 0 | URL
그쵸 ㅎㅎ

단발머리 2016-03-19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둥지, 둥지, 둥지....
갑자기 둥지냉면이.... 생각나네요 ㅎㅎ

2016-03-21 19:41   좋아요 0 | URL
둥지 냉면 먹고~~

수이 2016-03-2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둥지 :)

2016-03-21 19:41   좋아요 0 | URL
트롯 가사를 써야 겠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