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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ㅣ 에버그린북스 1
리처드 바크 지음, 이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추어 본다. 책장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이 책을 다시 꺼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처음 읽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되뇌어본다. 모르긴 몰라도 아주 조금은 나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며, 그건 당연히 갈매기 조나단을 통해서 배운 것이다. 배운 것을 실천한 결과이다. 처음 읽은 순간부터 나는 조나단에게 반해버렸다. 이보다 더 이상적인 존재가 있을까.
너무 많이 읽혀서 누군가에게 권해주기도 어색한 이 책을 다시 조명해보는 이유는 이 한 단어로 충분할 것 같다. ‘갈망’. 항상 여행을 꿈꾸지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는 모두에게, 뛰어난 존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바라기만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갈매기 조나단의 노력은 우리에게 한없이 자극하는 것이며 동시에 갈망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값진 것이다.
“아는 것이 모르는 것이다.” 하나를 알게 된다는 기쁨과 동시에 그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들을 모르게 되는 아이러니. 이 말을 듣고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생각을 거듭한 끝에 깨닫게 되었다. 나는 너무도 엄청난 책을 알아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그와 동시에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이제껏 몰랐었던 게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알면 알수록 아는 것 이외의 모든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놀라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조나단도 자기를 비롯한 갈매기 떼거리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내 지금까지는 몰랐던 훨씬 더 자유로운 생활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넘어서게 된다.
작가 리처드 바크는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고 해야만 하는 진리를 말해주고 있지만 되돌아 생각해보면 작가가 말하는 이상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결코 많은 수가 아니다. 거기다가 갈매기라는 인간이 아닌 존재에 갈망과 희망과 노력을 투영시켜 보여주는 것이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어쩌면 진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오래전에 나온 이 책을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있는 듯하다.
언제나 하려고 하는 자에게 운이 따르고 그에 대한 댓가가 따른다. 아무리 부추겨도 그대로인 사람이 있는 반면에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 그 이상의 것을 바라보는 천리안. 그리고 노력. 다시 한 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갈매기 조나단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완전하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던 갈매기가 완전한 것 이상을 이루어내는,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없었던 일을 조나단이 대신 해주는 데 대한 환희랄까.
나는 조나단을 통해서 나의 미래를 보았고 <갈매기의 꿈>은 책장으로 다시 꽂아 놓는다. 내 삶이 힘들고 버거울 때, 조나단이 생각난다면 주저없이 다시 집어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찬란한 미래를 바라보며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내기 위한 준비를 할테다. 단 한가지 이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