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남미였어 - 생에 단 한 번일지 모를 나의 남아메리카
김동우 지음 / 지식공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신비로운 우유니 사막을 걷고 있는 파랑과 하얀색의 표지는 나의 심박동을 크게 요동치게 했다.

그리고 한 줄의 카피,

"월요일 아침 9시, 나는 지금 부에노스아이레스"

와우, 이거지, 이런거야...

 

2009년, 올레를 향해 용감히 나홀로 여행을 감행한 난 어느새 걷기의 매력에 빠져 버렸고, 2015년, 지금 이순간에도 시간만 나면 대한민국 오지 방방곡곡을 걸으러 다니고 있고, 이제 내게 걷는다는 것은 삶의 가장 중요하고 즐거운 행위가 되어 버렸다. 걷기 시작한 후, 늘 간직해 온 꿈은 전세계 트래킹코스를 오롯이 내 두발로 정복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걷다 보니 남미였어"라는 책을 만난건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남부럽지 않게 직장생활을 하던 작가가 문득 스친 한 자락 생각 때문에 "행복"을 찾아 사표를 내고, 배낭을 싸서 세계일주를 감행했다는 용기백배한 행위는 내게도 커다란 도전이 된다. 그것도 여행이 아닌 트래킹으로...가슴 설레는 일상탈출을 꿈꾸는 나, 그리고 모든 직장인들에게 그것은 "할 수 있다"는 응원이 되지 싶네요.

 

남미, 신비롭고 비밀을 간직한 모험이 가득한 곳이겠죠.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자, 이제 읽어나갑니다. 지상낙원이라는 토레스 델 파이네, 신비로운 우유니 소금 사막, 익싸이팅한 비야리카 화산 트레킹, 하늘빛을 닮은 거대한 모레노 빙하, 그리고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등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그 곳을  걷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책을 읽으며 남미는 어느새 내머릿속에 지도를 그리며 하나둘 정복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책장을 덮지 않고 한숨에 읽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주한 그의 남미여행 최대 도전이었던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숨죽이며 그와 함께 첫날, 이틀, 사흘... 시간은 흐르고, 작가와 한마음이 되어 아콩카구아에 도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네요.시속 100킬로가 넘는 그 바람의 위력은 대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14일, 뜻하지 않은 텐트가 망가지는 바람에, 아콩카구아 도전이 실패로 끝나 길을 잃은 듯한 낙담한 작가의 마음이 나에게도 무서운 속도로 전해져 버렸다.

(그러나, 정상을 밟지 못한 것이 실패라고는 결코 생각되지 않는다. 작가의 도전이 참 대단하게 생각된다. 비록 결과가 중요한 현재를 살고 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흥미롭고, 역동적이었던지, 그 과정이 생생히 머릿속에 그려진다. 내게는 그거면 족하다. 작가님, 정말 수고하셨어요~~^^)

 

그 후 여행자들이 꿈꾸는 신비롭고 황홀한 그 곳, 꽃보다 청춘이었던가, 그네들이 찾고 눈물 흘린 그 아련한 곳, 마추픽추 여행기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그때부터 어쩌면 여행은 숙제가 아니었나싶다. 또하나의 지리한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억지로 아름답게 감정을 지어 내며 글로 표현하지 않아 좋았다. 여느 여행책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 지점이다. 작가의 진심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끝으로 가며 조금 흥이 떨어져서 아쉽긴 해도, 돌아와 일상을 딛고 다시 살아가는 그를 보며 조금 미래의 나를 생각해 본다.

 

어느 시인이 그랬었죠,

"성이 난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속에서 기꺼이 바람 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마음을 풀었다"고,길이란 그런 곳인듯 해요. 고민은 멀어지고, 풍경이 다가오는...

그래서 작은 들꽃도, 바람과 나무와 바다와 하늘, 구름도 다시 한번 바라보는 여유를 갖게 하고, 위로 받는 곳...즐거웠습니다.

이제 함께 걸으며 여행하고 돌아와 노곤한 몸으로 깊은 첫숨을 들이켜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금을 살아야한다.란 작가님의 글이 와 닿습니다. 늘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어디어디 가봐야지, 뭐뭐 해봐야지..했었는데, 그래서 헛헛한 마음으로 일상을 그저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한 발 내딛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중요한 그것, 여행을 하고 나고  내 환경이 아주 화려하거나 멋지게 변화하리란 기대 또한 미리 던져 버립니다.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을 사는 내게 잠시의 일상탈출은 필요한 시기네요. 고맙습니다. 조금의 고민은 덜어낼수 있겠어요.

 

마지막으로 부록까지 독자에게 더 세세하고 필요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한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은 내가 그토록 원하는 내일의 나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고, 나를 찾는 방법 중 가장 순진하고 정직했다.
...
결국 매일이 여행이고, 삶이다.
이제 난 일상을 여행한다. 그게 가장 나다운 삶이고,나다. [p.397]

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건,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조금 더 천천히 시선을 옮기는 일이다. `느림`은 시간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잇는 마법이다. 마법을 부리면 풍경 안에 살며시 스며들 수 있다. 무엇이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그럼 진짜 모습이 보이고, 진짜 이야기가 들린다. [p.18]

여행에서 시간은 옷깃을 파고드는 수줍은 바람처럼 늘 색다른 표정으로 다가왔다. [p.16]

여행은 낯선 공간과 새로운 만남으로 통하는 문이다. [p.15]

길은 어디에나 있었다. [p.10]

불안정해야 인간이다. 이는 인간만의 특권이며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다.
완전을 갈망하는 건 열정을 낭비하는 부질없는 짓이다. 이 자리에 있는 내가 바로 나고,지금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본질이다.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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