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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 Guzaaris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0월25일 화요일, 이날은 시사회가 참으로 많은 날이었다. 그럼에도 그 많은 시사회 중 내가 <청원>을 택한 건 순전히 감독의 전작 <블랙>때문이다. 인도판 헬렌켈러 이야기였던 영화 <블랙>을 보며, 인도영화에 대한 매력과 흥미는 한층 상승했고, 그 이후에 만난 인도 영화는 기대대로 많은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다. 상암이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으나, 기분 좋게 극장으로 향했고, 드디어 영화 <청원>을 만났다.
14년 전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천재 마술사 이튼...
우선 이튼을 연기한 배우에게 반했다. 잘 나가는 마술사역의 그는 커다란 투명공을 이용해 춤추는 장면은 실로 놀라웠다. 가볍고, 날렵했으며 감탄을 자아낼만큼 아름다웠다. 남자의 춤사위가 저리도 아름다울수 있는지...^^,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그리고 촛불 마술 등 마술쇼 장면에도 노력을 많이 기울인 흔적이 보였다. 세계 최고의 마술사와 전신마비 환자라는 극과 극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소화해 낸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제목, 청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했었는데...영화를 보면서 그의 청원은 참으로 파격적이었다. 온몸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잘 나가던 천재 마술사인 이튼, 그런 그가 불의의 사고로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다. 그런 그의 곁에서 12년간을 한결같이 간호해주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간호사 소피아가 있다. 그녀의 도움으로 그는 장애를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라디오 DJ로 살아가고 있다. 굉장히 평화롭고 어찌보면 행복해 보이기 까지 한다.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폭풍전야였던가? 그런 그가 법원에 <안락사 청원> 소송을 낸다. 불행을 감추고 일상을 살던 그가 용기(?)를 낸 것이다. 단, 하나의 자유도 허락되지 않은 그에게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보다, 행복을 위한 간절한 안락사 청원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를 보며 안락사를 인정하느냐, 안하느냐가 문제인거 같지는 않다. 중요한 건,,,과연 이튼의 삶이 현재 행복한가? 그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였던 거 같다. 밤새 자신 이마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도 자기 의지로 처리할 수 없다는 건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지 않은가?? 자유롭게 그의 갇혀있는 육체를 살리는 일, 그의 영혼을 살리는 길은 무엇인지...깊게 고민해 볼 일이었다.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그의 고별식 장면이다. 지인들과 함께 한 그 자리에서 그는 가장 행복해 보였다. 그러므로 결코 비극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중국 영화제에서 만난 <쉬즈 더 원 2>가 생각나게 하는 멋지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은 영화에 시너지 효과가 되어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왔고, (인도영화에서 춤과 음악이 빠지는 걸 본적이 없다..역시 흥에 겨운 민족인듯 싶다.) 특히, 이튼이 불러주는 노래 "What a wonderful world "는 너무 아름다웠다. 주무대가 되었던 이튼의 저택은 고풍스러우면서도, 한번쯤 살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아름다웠다. 이튼과 소피아가 법원에 출두하는 날 달리던 그 길에 한번 가고 싶어진다. 그만큼 감독은 스토리뿐 아니라 배경이 되는 저택과 거리, 풍경 등 스크린 가득 아름다운 삶의 풍광을 담기 위해 노력한 듯 보였다.
존엄성이 보장된 삶을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영화는 그걸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인생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인생을 소중히 아끼고,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끔 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