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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우선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영화가 궁금했다.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고 너무나도 흥미로웠던 스토리의 극적일것 같은 영화는 계속적으로 머리속에 기억되었고, 그래서 그 누구보다 먼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시사회를 어렵사리 다녀왔다. 역시나 영화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며,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씨민은 딸 테르메를 위해 이민을 가고 싶어하지만, 남편 나데르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 때문에 이란에서 살고 싶어 한다. 씨민은 자신의 이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별거를 선언하고 친정으로 가버리고,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나데르는 일하는 낮 시간 동안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임신한 라지에를 가정부로 고용한다. 라지에는 어린 딸과 함께 나데르의 아버지를 돌보지만, 그녀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나데르를 격분하여 몸싸움 끝에 라지에를 해고한다. 그리고... 라지에는 유산을 하게 되고, 라지에 부부는 나데르를 살인 혐의로 고소한다.
우선 이란 영화는 몇편 보지 않았음에도 늘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하고, 신비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그리고 종교적으로는 나와 잘 맞지 않으나, 특히 여성인 나로서 더욱 그 나라의 제도나 제약 많음이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는 서로 사랑하지만, 성별과 계층 등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는 이란이라는 사회에서 외동딸을 위해 이란을 떠나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씨민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두고 떠날수 없는 나데르 부부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종교적 혹은 도덕적으로 갈등하고 지키려 애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선택의 딜레마에 놓은 각각의 인물들의 변화하는 심리를 보여줌으로서 보는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주제를 가진 영화였다. 역시 기대했던 것 못지않게 영화는 조용하면서도 날카롭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그 누구도 의도치 않은 상황 즉, 사고로 인해 관계된 인물들의 진술을 하나씩 풀어놓으며, 조금씩 조금씩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사건에 생각을 관여하게 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깊은 생각을 동시에 요구했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무엇이 우선시 되었을까? 나데르가 옳은가? 아님, 저여인이 옳은가? 아니, 옳고 그름의 문제인가? 도덕적 용인의 문제도, 인간으로서 아니 종교인으로서 부모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가?
상영시간 두시간을 조용히 몰입하며 보느라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영화는 보고 난후 충분한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긴장감도 살아있고, 눈도 귀도 생각도 영화에서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자꾸 찾게 만든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는가? 그렇다면 왜인가? 그 이후엔?
암튼 생각이 점점 하나씩 늘어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