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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본 - Winter`s Bon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빛나는 여배우의 열연, 그 이상으로 영화는 감동적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빠, 음침하리만치 이상한 마을...
내게 어린시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전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바람도 살을 에이게 하는 스산함만이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그런 느낌의 저녁이 있었다.
바싹 마른 나뭇잎에 불이라도 붙어 다 태워버릴것 같은...그런 살풍경한 분위기이다.
시종일관, 더욱이 그 마을 어른들은 하나같이 사라진 아빠를 찾아 헤매는 17세 소녀를 불안한 듯,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한발한발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 이상한 눈빛의 어른들은 소녀를 위협해온다.
끝내 용감하던 소녀가 두려움에 휩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살아내야한다.
정신을 놓아버린 엄마와 어린 두 동생들을 돌봐야하는 처절함은 그녀의 생명보다 우선이다.
어린 소녀에게는 버거움이다. 그 소녀보다 배로 나이가 많은 나도 저 상황이 되면 감당하기 벅찬 그 상황을, 그 어린 소녀는 묵묵히 감내하고 있었다.
그것을 온몸으로 연기하는 여배우의 눈빛은 절실했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누구 하나 도와 주려 하지 않는 폐쇄된 산골 마을에서 그녀는 그 고통을,
슬픔조차 느낄 여유없이 그녀만의 절실함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영화는 심히 스릴있다거나, 스피디하지 않다.
묵묵히 외로운 소녀의 발자취를 함께 걸으며, 그녀의 눈을 통해 한꺼풀씩 밝혀지는 진실로 함께 다가가기만 하면 된다.
절망을 사는 어른이 되기보다 그럼에도 순수함을 지키고 싶어 하는 그 소녀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어느순간 벅차 오르는 감정은 참기 힘들다.
그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와 그녀의 힘없는 가족들이 살아낼 공간과 시간만을 간절히 지켜내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자신의 행동에 따르게 되는 어두우리만치 차가운 시선과 거짓된 욕망들로 가득찬 어른들의 위협도 반드시 감내해야만 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홀로 세상과 맞서는 리 돌리 역의 배우는 신인임에도 공감할 수 있는 열연을 펼쳤다. 마치 그녀가 소녀인양...
영화는 먹먹하게 만든다.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지켜내야하는 것이 있기에 그녀는 스스로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감당하고 있었다. 찌들대로 찌든 어른들과는 다른 방법으로...그 속에서 나도 희망의 끈 하나 붙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