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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느와르 - Café Noi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98분, 3시간18분...벼르고별러서(아마, 상영시간으 압박으로 인해서였겠지...)
새해 첫 월요일 퇴근하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어쩌면 홀로 관람할지도 모르겠다는 예상을 햇으나, 극장문을 들어서는 순간 그건 오만이었음을...
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감독의 직업이 영화평론가여서였을까? 영화는 꽤 어려웠다.
부제인 <세계소년소녀교양문학전집>이라는 제목이 증명이라도 해 주듯이,
영화는 대사도 문어체이거니와(처음에는 일상적이지 않아서 많이 거슬렸었는데,,,점차 익숙해져갔다),
그리고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백야>등의 책을 읽지 않았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고, 이해라기보다 즐기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관객에 대한 배려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생긴다. 내가 부족해서일까??
감독은 관객에게 일정수준이상의 영화나 지식 수준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아님 감독이 관객보다는 한 수위라는, 영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난해하거나 묵직한 주제나, 표현 방법이 때론 생각을 더 해 보게 하거나,
또는 부족한 내가 느껴져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영화는 한마디로 자신이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이다.
영화는 요즘 대세인 스피드나 자극적이지 않아 그나마 위로가 된다.
내게 익숙한 도시인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청계천, 남산타워,재건중인 남대문 등의 공간적인 배경이 익숙한듯 때론 낯설게 느껴진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해도, 그리고 그것이 희망이 되든 불멸이 되든, 불행이 되고 고독이 될지라도 사랑은 인생을 관통하는 가장 큰 가치임을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배우가 보이지 않고, 감독이 먼저 보이는 영화는 정말 처음이다.
감독은 어떠한 의도에서 이렇게 표현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독특한 영화였다.
배우를 말하자면,
문정희라는 배우도 꽤 좋아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녀가 참 낯설고 매력적이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녀만의 독특함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누구라도 맡을 수 있는 역할이지 캐릭터가 별로다.
이 영화는 역시 정유미라는 여배우의 매력이 크게 다가온다.
10분을 넘는 긴대사를 읊조리듯 말하는 그녀에게 문어체인 대사는 잘 어울린다.
때론 어설픈 춤을 추며 자유로운 영혼인듯한 그녀가 꽤 맘에 들었다.
가수 요조도 영화와 참 잘 어울리는 신선함이 매력으로 다가왔고,
신하균도 그동안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참 오랫만인데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배우로서 괜찮았다.
첫 장면에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던 구원을 바라던 소녀는 영화 후반, 그녀만의 삶을 사랑하는 방향성을 제시받으며 만족스런 결과를 이끌어내서 보는 나도 만족스러웠다.
영화는 영화 속 영화를 찾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장면들은 정말 아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을 위해 김상경은 직접 간접으로 출연하고, 올드보이를 위해 김병옥, 괴물을 위한 닮은 얼굴과 목소리의 김영필이 등장하고, 살인의 추억을 위해 등장한 윤희석 조차 그 영화를 모르는 이들로서는 웃기 힘든 장치이다. 그리고 빨간 풍선은 누구를 위한 장치였을까?? 나는 눈치 챘으나...^^,
영화는 상당한 수준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영화를 본 후, 책을 함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하게 하는 영화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리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생각해 볼 여지를 주니까....내게는 이 영화가 젊은 베르테르가 아닌...
살아야지, 살아야지...반드시 살아내야함을...누군가에겐 새 희망이 될 수 있음을...그럼에도 불구하고...살아갈 희망을 발견한 소녀에 주목하고 싶다.
별셋반을 주고 싶으나, 반이 채워지지 않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