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 김별아, 김주영, 권지예, 구효서, 하성란, 전경린 … 35인 글.그림 작가와의 동행
김주영 외 지음 / 지식파수꾼(경향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올 여름에 제주에 다녀왔다. 올레와 오름을 걸으며 내게 제주는 특별한 섬으로 자리잡았다.  

누군가는 그랬다. 누구나 자기만의 바다를 가지고 있다고...내게도 나만의 바다가 있다. 내게 첫 바다의 설렘을 준 것은 동해이다. 속초 영금정앞 바다, 푸르디푸르러 가슴까지 시퍼렇게 가슴앓이하게 하는 하얀 파도가 시지 않고 바위를 때리는 그 바다를 보고 난 후, 속초의 그 바다는 가슴 속 위로와 응원이 되는 내 바다였다. 그런데 제주를 다녀와서 나만의 바다는 또 바뀌어 버렸다. 역동적으로 변하는 하늘과 맞닿은 잿빛과도 같은 바다...외돌개 앞 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며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 바다에 대한 그리움은 사뭇 첫사랑을 하는 설레는 마음도 함께였다.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는 책을 읽으며 백가흠 작가가 말하는

 "신기한 일은 바다는 볼 때마다 전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거제의 바다는 제주의 바다를 막연하게 만들고, 제주의 바다는 동해의 어디를 기억 속에서 지우는 식이다. 바다와 마주 서면, 지난 기억들은 신기하리만치 순식간에 바닷속, 심연으로 침잠된다. 바다는 그러하라고 있는 건이지 모를 일이다. "(P.206)

라며 바다는 망각을 독려한다고,,, 그래서 거제의 바다는 작가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바다의 기억을 지워버렸다고..그만큼 그런 바다의 빛깔은 이전에 본적이 없다라고 했다.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다.

수평선을 막아선 이름 모르는 수많은 작은 섬들이 바다의 저편을 메우고 있어 호수가 아닌가 착각하게 만든다는 그 거제의 바다가... 

작은 바다, 그것이 거제의 바다라는데..나는 한번도 그 바다를 본 적이 없다.

청마가 살아 숨 쉬는 그 곳, 사랑을 품은 그 섬 지심도, 예술과 자연의 조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섬, 거제를 사랑하는 시인과 화가가 많은 그 섬 ...그 섬으로 가고 싶게 만든다.  

어쩌면 내게 세번째 나만의 바다를 선물해 줄 그 섬으로 말이다.

아~!!, 정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한국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거제도를 탐방했고, 거제라는 섬을 각기 다른 느낌으로 펼쳐 보였다. 같은 곳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힘이 분명 거제에는 있으리란 느낌이 든다.

붉은 동백꽃이 검과 푸른 바다를 에워쌓이는 황홀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이야기 중간중간 삽입되어있는 화가들의 그림은 나의 마음을 생동하게 하고, 가슴 벅한 감동을 준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 포로수용소, 폐왕성지, 청마기념관, 해금강, 장승포항, 몽돌해수욕장, 거제의 명소들이 소개되어 있어 읽다보면 어느새 거제도를 한바퀴 함께 여행한 듯한 기분이 든다. 

옥포대첩, 포로수용소 등 질곡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 하고도 있고,  또한 천혜의 자연적인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묘한 어울림이 더불어 존재하는 곳에 꼭 한 번 가 보리라. 

작가들의 저마다의 이야기를 눈 감고 가만히 그려본다.
그 이야기 속에 마치 내가 있는 것처럼...

책을 다 읽고나니, 청마 유치환의 시가 자꾸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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