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물고기,박하사탕,오아시스,밀양...그리고 시
이창동 감독이 다시 돌아왔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실의 힘을 보여주는 감독...
고된 현실에 사는 내게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부딪혀 깨닫게 하고 질문하게 하는 감독...그가 돌아왔다.
요즘 영화들은 신비롭기도 하고, 판타지적이고, 현실감이 아닌 환상적인,
그리고 CG도 많이 들어간 볼거리가 풍부하고 잘 꾸며진 듯한
즉, 예쁘게 포장 되어져서 나온, 나의 상황과는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 같다.
이 영화를 만나는 느낌은 뭐랄까, 그런 것들을 전부 걷어낸 지극히 현실적인 날것의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 아리고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표현한 그것들이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여운으로 다가온다.
나에게 윤정희라는 배우는 참 낯설다.
은막의 트로이카로 군림하던 그녀를 보지 못했고, 무성한 말로만 듣던 존재였다.
그래서 영화에서 만나는 윤정희가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된다.
영화 속 그녀는 66세의 극빈자이고, 생활로 간병인을 하고 있지만, 꾸미기를 좋아하고,
소녀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미자로 나온다. 그런 그녀가 문화센터에서 시 강의를 듣기 시작한다.
그녀에게서는 고결함, 또는 정숙함이 보이는 듯 하다.
한소녀가 잔잔한 강물에 주검으로 떠내려온다. 미자의 손자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소녀이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세상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학교를 비롯한 가해자들의 부모는 조용히 덮고자 한다.
그 일련의 일들을 미자는 어느땐 철없는 순진한 문학 소녀처럼 바라보다가도,
또 어느새 가슴에는 잔잔한 강물이 점차 강하고 거세게 흐르듯 참을 수 없어
자는 손자를 미친듯이 흔들어 깨우며 소리쳐 보기도 한다.
그녀의 자아가 속에서 처절이 싸우는 소리 같다.
손자입으로 밥 들어 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던 그녀의 마지막 선택이 참 멋지고, 통쾌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해도(뉘우침없이 사는 거 보다 죄값을 받게 하는 것이 그를 위하는 길일것이다)
진실은 그보다 우선되어져야 한다고 보는 내내 생각했던 내게 그 결말은 차라리 축복이었다^^.
영화엔 너무도 반가운 얼굴이 나온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그는 시는 보는 것이라 했다. 관찰...흰종이의 여백에 예쁘게 깎은 연필로 쓰는 시란,
"시를 쓴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에요.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들,
이 일상의 삶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겁니다."
것이라 했다. 그러므로 이제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 우리들에게 시가 죽은 것, 소녀가 죽은 것은
현실속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이 죽은 것과 같다. 그것이 슬프다.
그러나, 시는 어떻게 써야해요? 늘 묻던 그녀가, 그녀가, 시를 완성하지 않았던가?
죽어가는 세상에서 그녀는 살아갈 아름다움을 찾아낸 것이다.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려보라던 시인의 강의가 실제이든, 영화이든 생각해 본다.
내게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과연 언제였던가?
감히 책을 좋아한다는 내게 시는 참 어려운 문학이었고, 닿을 수 없는 고귀하고 높은 그것이었다.
시,,,내게는 여전히 어렵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관찰하고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출발하는 계기가 될 듯 하다.
거기서부터...
내 인생에 어떤 운율이 있고, 어떤 시어가 있든지, 내가 그것을 아름답고 예쁘게 그려나가면 될 일..
새소리, 꽃, 햇살, 바람, 살구, 강물, 하늘, 그리고 사람..
지금 내게 수많은 시어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