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카르페디엠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 / 양철북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5년전 이 맘때 나는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내가 그동안 읽어온 여타 일본작가들과는 너무도 다른,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에게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책이 바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였다. “학교는 가르치는 일이 지나치게 중시되어 어린이나 학생들의 목소리가 교사에게 닿지 않는 세계였습니다. 나는 이런 현실에 깜짝 놀랬습니다. 교육의 왜곡은 거기에서 비롯되는데,라는 생각에 슬픔이 더해졌지요. 생각해 보면, 나는 강한 것이나 너무 풍요로운 것에서는 무엇 하나 배운 것이 없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약한 것, 가난한 것에서 생명의 빛을 발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할 수 있는 놈한테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지만, 슬픈 일이 하도 많아서 공부 따위가 손에 잡히지 않는 놈한테는 슬픈 일을 같이 걱정해 주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잖아..”라는 그분의 교육철학은 또다른 저서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그분의 신간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지긴 하지만 그분이 무던히도 애쓰셨던 것이 무엇인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역시 작가의 생명력은 작품에 고스란히 썩지 않고 남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감동으로 살아있음에 위대함을 느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고다니 선생님은 신참내기 선생님으로 쓰레기 처리장이 있는 곳에 자리 잡은 초등학교 1학년을 맡았다. 그 곳에서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으며 오직 파리에만 관심을 쏟는 데쓰조와 대면하며 울기도 하고 선생을 그만둘까도 고심하기도 하지만,  그 아이에게 다가서기 위해 고다니 선생님은 데쓰조의 눈높이에 맞춰 그 아이가 왜 파리에만 몰두하여 파리를 키우는지 알고자 노력한다. 파리를 기른다고 해서 데쓰조가 나쁜 아이가 아니며,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가진 아이라는 것도, 쓰레기 처리장에 사는 아이들이 친구가 아파할 때 자신의 가장 아끼는 것인 껌, 우표, 유리구슬, 색종이 등을 아낌없이 친구에게 선물해주는 것을 보고 따뜻한 아이들이라는 것도, 빵을 가지고 돌아가는 사토시의 진지함도 알게 되면서 고다니 선생님은 그 아이들로 인해  따뜻하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할 줄 아는 선생님으로 변해간다. 흔히 선생님이라면 오직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내게 고다니 선생님은 선생님이라기보다 아직 여리고 완벽하지 못한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욱 맘이 가고 눈이 가나보다. 또 한가지 고다니 선생님이 저능아인 미나코를 맡아 아이들과 함께 더불어 생활하게 하는 것을 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는 희생을 감수해야하지만, 그로 인해 날이 갈수록 우리 속에 있는 선한 마음이 살아나서 우리가 때로는 남의 일로 고민도 하고 생각도 하게 함으로써, 남의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로 인해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 것은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그렇게 깨닫기까지 아이들 스스로 무슨 일이든 하도록 내버려두고 끝까지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도록 지켜봐 주는 그 모습과 아이들과 생활하며 아이들의 힘을 믿어주는 진정한 선생님으로 변해가는 모습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학교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다. 아니다, 함께 배우는 곳이다. 그 곳은 단지 학생과 선생님들만이 있는 곳이 아니다. 그 곳엔 부모가 있으며, 하나의 사회도 있다. 그래서 믿고 맡겨주는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며, 또한 아이들이 걱정 없이 생활 할 수 있는 안전하고 반듯한 기반시설도 필요하다. 이 책은 어우러지는 세상을 위해 소외와 차별의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나가는 옳은 대안과 함께 우리의 의식을 깨우고 있다. 쓰레기 처리장 아이들의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소외된 자들의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함께 동참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아다치 선생님들을 비롯한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처럼 우리들이 사는 사회가 작은 연대와 작은 실천이 모여 변화되어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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