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 결코 다르지 않다

리더십과 자기기만 -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1
아빈저연구소 지음, 차동옥.서상태 옮김 / 위즈덤아카데미 / 2006년 10월

“만일 그가 그의 일을 끝내지 않았다면 그는 게으르다고 하고, 내가 일을 끝내지 않았다면 나는 너무 바쁘고 많은 일에 눌려 있기 때문이라 하고, 만일 그가 다른 사람에 관해서 말하면 수다장이라고 하고, 내가 다른 이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건설적인 비판을 한다고 하고, 만일 그가 자기 관점을 주장하면 고집장이라고 하고, 내가 그렇게 하면 개성이 뚜렷해서라 하고, 만일 그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콧대가 높다고 하고, 내가 그렇게 하면 그 순간에 복잡한 다른 많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고, 만일 그가 친절하게 하면 나로부터 무엇을 얻기 위해 그렇게 친절하다 하고, 내가 친절하면 그것은 내 유쾌하고 좋은 성격의 한 부분이라 하고, 그와 내가 이렇게도 다르다니 얼마나 딱한가!” <인도속담>
나는 나 자신의 폐쇄된 관점에서만 상황을 보았고, 자기 정당화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그래서 그와 내가 다르다고 생각했고, 작은 지적에도 심하게 저항하였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내가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충격과도 같은 선물로 전해들은 인도속담이었다. 내 존재방식과 관점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이 책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을 만난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군자는 모든 것을 자기에게서 찾아보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아본다는 논어의 한 마디도 내 마음의 정곡을 콕 찔러 참으로 아파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내게 해답을 주었다. 낯설은 단어인 자기기만과 자기배반을 상자라는 비유를 통해 설명해 주고 그것이 어떻게 개인과 가정, 직장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지 밝혀내고 거기에 친절하게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지금까지 리더십에 관련된 책들이 주로 상대방을 움직이고 이끄는 리더십을 제시했다면, 이 책은 문제의 원인이 다름 아닌 자신에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상자 안에 갇힌 사람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결코 깨닫지 못한다. 자기기만이 문제의 진정한 원인에 눈을 멀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기만으로 일단 눈이 멀게 되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해결책은 상황을 실제로 악화시킬 따름이다. 자기기만에 빠진 사람들은 마치 상자 안에 갇힌 사람처럼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기만이 어떻게 리더십과 팀워크, 의사소통, 책임, 동기부여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상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조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임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반하는 행위인 자기배반이 자기기만에 이르게 한다. 자기 배반을 했을 때 그것을 정당화시키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또한 그 세상을 바라볼 때 나의 현실 감각은 왜곡되며, 상자 안에 들어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상자들은 자신의 특성이 되고,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상자 안에 들어오도록 유도한다. 결국 상자 안에서 우리는 상호학대를 초래하고 상호 정당성을 획득하고 상자 안에 계속 머무를 이유를 서로에게 제공하는 일에 공모하게 된다. 자기기만이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서 그렇게 널리 스며들거나 관계하고 있지 않다면 몰라도 상관이 없겠지만, 실제로 우리 삶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자기기만은 실제적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결과를 성취하게 될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것에 대한 이해는 절실하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관건이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상자밖에 있고 싶다고 느끼고 있는 그 순간 난 이미 상자밖에 있는 것이다. 내가 그를 대상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보기 시작했고, 이제 그를 변화시키기 위해 무모한 노력은 안할 것이다. 그와의 공존 방식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자기기만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능력이고, 리더가 아닌 내게도 사람을 단순한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보는 시각을 갖게 함으로써 삶을 풍부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