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문지 스펙트럼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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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약간 혼란스럽다. 나약하다 못해 스스로를 애써 정당화하는 비겁함이 자주 느껴져 치졸하고 역겹다가도, 그저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그 자신의 비겁함을, 나약함을, 두려움을, 연약함을 모두 알고, 품고, 한없이 괴로워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다자이 오사무는 자전적이면서도 허구적인 이 소설에서 스스로를 예민하게 해부하며 인간이 군중 내에서 느끼는 소속감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의 두려움과 절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낸다.

혹자들은 이 책이 자살과 죽음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의 주요한 질문은 “과연 인간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와 그가 스스로를 투영한 인물, 요조의 자살은 답을 얻지 못한 질문에 비롯된 결과일 뿐, 자살만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아니다.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온전히 내편은 있는걸까. 사회적인 동물에게 가장 무서운 그것, 추방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모두에게는 어렴풋이 서려 있어서, 그 두려움을 탈피하기 위해 애써 웃어보이기도 하며 어느 정도는 서로의 비위를 맞추려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순수함, 진실성에 집착하면서도 사회에 소속되고자 펼치는 스스로의 가식과 위선에 몸서리치며 그 모순을, 그 잔인한 대조를 보여준다.

감수성이 몹시 예민한, 하지만 다소 비겁한 사람이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 듯해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큰 공감과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우리네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물론 타인에게 더욱 더 노출된 사회에 살고 있기도 하지만, 살고 있는 환경이나 시대를 떠나 우리는 알고 보면 어울리기 위해 자주, 어쩌면 늘, 주변의 눈치를 봐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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