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 기쁘고 죽을 때 슬프지만, 공 가운데 부질없이 돌다가는 게 인간이네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닌데, 기쁠 것은 무엇이며 슬플 것은 무엇인가

맑고 한가로운 속에 자기 자신 깨달아, 홍진의 괴로움을 남김없이 털어내고

청정하고 평온하게 선 열락을 누리니, 내 몸 위에 걸친 누더기 한없이 소중하네

오호, 사해 간에 가장 높은 스님되어, 불전에서 소요하니 임금자리 부럽잖다.

출가를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하지 마라, 예로부터 누대 동안 선근쌓은 공덕이니.

                                                                                   

                                                                                      ㅡ 순치황제 출가시

 

과거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서 종교지도자로 변신한 경우는 종종 있겠으나,

순치황제처럼 완벽하게 출가를 단행한 사람은 인류 역사상 처음 일 것이다.

징기스칸이 창업한 청조의 3대 황제인 순치임금이 출가하며 지었다는 시를 읽어보니

온갖 부귀영화를 옷에 붙은 검불처럼 여겨 떼어 버리고 아무도 모르라고

몰래 山門으로 숨어들어와 완벽한 출가를 단행한 결의가 구구절절 느껴진다.

 

지난 밤에 본 TV 프로그램에서 산간오지를 찾아 태양전지로 불을 밝혀주는 분의 선한 일을 보니

아직도 전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어둠속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모양이다.

그 동안은 초와 기름등만 이용하다 봉사자의 도움으로 전기의 혜택을 입은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선

마치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마구 드러내고 있었다.

로또에 1등으로 당첨된 사람들의 표정이 저럴까...

 

대낮처럼 밝은 내 서재와 시도 때도 없이 방송되는 케이블방송, 컴퓨터와  인터넷 이용을

우리 주위를 감싸고 도는 공기마냥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며

지금껏 살아온 것이 부끄럽기조차 여겨진다.

걸핏하면 부족을 이야기하고, 삶의 불행을 온갖 표정을 지으며  불평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니

고개가 두 무릎속으로만 파고든다.

 

 

    

 

제 아무리 고통을 잘 설명해도 남의 손의 刺傷이  내 손톱 밑에 가시만도 못한 것이고,

내가 겪지 않은 전쟁이란 기껏해야 화면속의 참화이기 십상이다.

 

전쟁이란 지옥과 좌우익의 극심한 반목 속을 통과하신 스님의 삶을 통해

우리가 겪는 슬픔이란 기실 견딜만한 것이며, 자신을 이겨낼  자양분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

또 다른 세상으로 용기있게 나설 수 있는 한 매듭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왜 내게 슬픔만 다가오는가 싶은 사람들에게

청화스님이 전하는 말씀을 꼭 한 번 귀담아 들어보라 나팔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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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06-01-1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천페이지 가량 되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읽고 있습니다. 내용도 어렵고 초발심 자경문 공부하면서 읽으려니 도통 다른 책은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이번주 연수가 끝나고 나면 청화스님 책 사러 서점에 나가 봐야 겠습니다.

달팽이 2006-01-1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베트에서 수년을 살면서 직접 자신의 수행여정과 같이 써내려간 책이라 저도 마음에 두고는 있습니다.
니르바나님 서재에서 또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읽는 사람 하나를 만나게 되는군요..
잘 둘러보고 갑니다.

니르바나 2006-01-1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반갑습니다.
저도 혜덕화님이 소개하신 책 '깨달음에 이르는 길' 을 구해서 읽어 볼 작정입니다.
1008페이지가 많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요.
달팽이님 서재를 찾아 인사드리겠습니다. ^^

니르바나 2006-01-1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지금 연수중이시군요.
방학중이래도 이일 저일로 바쁘시군요.
이번에는 혜덕화님 수행에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붙드셨군요.
다 읽으시고 리뷰 올려주셔서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

니르바나 2006-01-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19 님, 산다는 게 기쁨과 행복의 연속이길 바라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일까요.
그저 슬픔에서 기쁨으로의 길이기를 바라며 사는 것지요.
구체적인 것이 무엇인가는 좀 생각해 봐야될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