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5.01.16 19:41:49]
[오마이뉴스 김지은 기자]
▲ 16일부터 시행된 개정 저작권법에 대한 네티즌의 항의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이곳에는 16일 오전 동안만 수백건의 비판 글이 올랐다.
ⓒ 문광부홈페이지 캡처

개정 저작권법 시행 첫날인 16일, 인터넷은 논쟁으로 들끓었다.

문화관광부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항의글로 몸살을 앓았고, 블로거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온라인 시위'를 벌였다. '네티즌이 연대해 위헌 소송을 내자'는 강도 높은 제안도 나왔다.

반면 적지만 "인터넷은 공짜가 아니"라며 "이젠 정당한 소비를 하자"는 찬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출렁이고 있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을 두루 훑어봤다.

홍역 앓고 있는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문화관광부 홈페이지(www.mct.go.kr)의 '나도한마디' 게시판. 이날 저녁 7시까지 600여권의 글이 등록됐다. 낮 12시까지만 해도 관련 글이 200여건이었으니 시간이 갈수록 더 뜨거워지고 있는 셈이다.

내용은 물론 반대 목소리가 다수다. 네티즌들은 "새 법이 네티즌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며 '인터넷 문화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법의 초점인 '불법 음반 유통 방지'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김혜진씨는 "인터넷은 좋은 정보를 공유하라고 있는 것 아니냐, mp3로 (음악을) 서로 공유해서 듣는 게 뭐가 나쁘냐, 가수들도 앨범 팔릴 사람은 다 팔린다"며 정부를 나무랐다.

'위헌 소송을 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아무개씨는 "이런 말도 안되는 법을 우리 네티즌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저작권의 보호라는 허울좋은 미명하에 음반 판매 부실의 책임을 전 국민(네티즌)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는 명백한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권 침해 행위이자 음반 업자들과 정부가 야합하여 벌이는 문화 탄압"이라며 "음반 불매 운동으로 이번 저작권법의 부당성을 알리고 국내 인터넷 실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행정으로)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했으니 헌법 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내겠다"고 윽박질렀다.

아이디 '픽시펜슬'이라는 네티즌은 '바뀌는 저작권법에 대한 대비책-새로운 저작권법 시행으로 인해 우리 삶에서 바뀌는 것'이란 장문의 글을 '퍼와' 새 법을 냉소했다.

▲CD를 샀더라도 음악을 크게 틀어선 안된다. 만약 옆집에서 이것을 들을 경우 위법이다 ▲좋아하는 노래 한 소절을 메모해도 안된다. 누가 보면 위법이다 ▲노래방에서 가사를 보면 위법이다.(노래방비 내지 않은 사람이 볼 경우) ▲CD매장에서 CD를 미리 듣게 해주는 것도 위법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집에 있는 악기로 연주해도 2차 가공이므로 위법이다 ▲다운받은 벨소리를 적외선전송으로 친구에게 주면 위법이다 ▲형제가 하나의 CD를 번갈아가며 들으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 ▲각종 논문, 소설, 기타 글에 가사를 한 줄이라도 인용할 때는 유의하시기 바란다 ▲민주주의사회인 대한민국에서 타인의 글을 무단으로 수정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다, 수정 혹은 삭제하면 안된다 ▲실용음악학원은 불법이다 ▲ 대입 실기시험에서 아무 곡이나 연주하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 ▲각종 블로그 업체의 스크랩기능은 당연히 불법이다.
그는 끝으로 "이것은 내가 쓴 글이 아니다, 퍼왔다, 이것도 불법이냐"고 정부를 조롱했다. 새 법이 네티즌들의 '퍼오기 문화'를 죽일 수 있다는 일침이다.

반면 개정 저작권법에 찬성하는 글은 찾기 어려웠다. '딴따라에붙은똥파리'라는 네티즌이 거의 유일하게 반대론자들 틈에 끼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난 새 법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니지만'이란 토를 달았긴 하지만, 그는 네티즌들의 '불법복제'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결국 모든 문제는 앨범 구매를 안해 시작된 것"이라며 "그 잘난 네티즌분들께서 불법으로 다운 받고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앨범도 상품"이라며 "왜 엄연한 상품을 공짜로 다운받고 공짜로 쓰는가"라고 말했다.

몇몇 네티즌들이 그의 주장에 반대하며 갑론을박을 벌였으나 그는 '동지'없이 외로운 논쟁을 벌여야 했다.

▲ 16일부터 시행된 개정 저작권법에 반대하는 블로거들이 모여 만든 카페 'No music, no blog'(cafe.naver.com/nomusicnoblog.cafe). 네티즌들은 이곳에서 '온라인 시위'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인터넷 화면캡처

블로거들 "음악이 없으면 블로그도 죽는다" 온라인 시위
이미 네티즌들은 새 법에 반대하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연대행동에도 나섰다. 특히 블로거들이 모여 만든 'No Music, No Blog'(음악이 없으면 블로그도 죽는다, cafe.naver.com/nomusicnoblog.cafe)가 눈에 띈다. 새 법이 블로그 문화를 짓누른다는 것이 이 카페 결성의 취지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블로그에 'No music, no blog'라는 표어를 '퍼나르는' 네티즌들의 '온라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또 'ID서명방'에서는 16일 시행된 개정 저작권법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말머리를 '0116'이라고 달고 자신의 아이디와 법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는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비분강개' 게시판에는 이번 새 법을 조목조목 비판한 글도 여럿 올랐다. 이중 필명 '각설탕'의 네티즌의 글이 눈길을 잡았다.

"내가 산 씨디를 집안에서 친구들을 불러모아 틀어주며 감상하듯이 인터넷 내 홈페이지에 올려놓아 감상하게 한 것을 가지고 그게 안된다는 것은 대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이번의 음악 저작권법에 따르면(그 법의 논리대로라면) 음반제작자들은 (소비자에게) '골방에서 혼자 들을 수 있는 감상권만'을 판 것이 된다. 제작자들은 값싸고 '공유'하기가 쉽고 편한 현대의 기술과 생산력이 탄생시킨 매체의 혜택을 입으려 하면서도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으려 한다."
더 큰 것이 몰려온다? 정부, 저작권법 전면 개정 준비
이처럼 네티즌들은 이날 시행된 개정 저작권법에 비분강개하고 있지만 오히려 "조만간 더 큰 것이 온다"는 게 관련단체들의 목소리다. 정부가 18년만에 저작권법 전면 개정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부터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의 핵심은 '실연자·음반제작자에 전송권 부여' 조항이지만, 전면 개정되는 새 법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전자신문>에 따르면, 전면 개정되는 저작권법의 초안에는 '친고죄 폐지'나 '실연자 인격권보장' 등 저작권 대폭 강화 조항이 담겨있다. 또한 논란을 불러왔던 P2P에서의 저작물 전송행위를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사적복제범위제한' 조항도 추가됐다.

이같은 저작권법 전면 개정을 앞두고 관련 시민단체들은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문화관광부가 저작권법 전면 개정에 앞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당시 '정보공유연대IPLeft'(대표 홍성태)와 '진보네트워크센터'(대표 이종회)는 문광부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의견을 전했다.

"디지털 네트워크의 환경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정보의 새로운 유통과 이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자 쪽의 입장만을 반영하여 저작권법을 개정한다면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대한 혜택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보다 풍부한 지식 생산마저 저해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이것은 문화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근본적인 목적을 뒤흔들 수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국의 김정우씨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콘텐츠가 확장,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보를 자유롭게 퍼나르는 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이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인터넷 상의 정보를 단지 저작권자의 권리라는 잣대로만 제한하면 이런 가능성은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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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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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1-16 22:03   좋아요 0 | URL
우아하게 한마디...음반사들아~!!그렇다고 우리나라 음반시장이 어찌되는줄 아나본데, 결국 국제적 손실이 엄청 따를 것이여. 어쩐다냐....음냐, 음냐.....

2005-01-16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1-17 10:40   좋아요 0 | URL
너무 야박한 결정 같아요.
알라디너들이 틀어주는 음악 듣는 재미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전 한 곡 들어보고 너무 좋으면 앨범을 사는 편이었다고요.^^;;

stella.K 2005-01-17 10:44   좋아요 0 | URL
뭐 이런 쫀쫀한 법이 어딨습니까? 정말 화나내요. 이 법 만든 인간들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요? 저도 당장 시위에 동참하고 싶군요. >.<;;

니르바나 2005-01-20 17:3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의 음악을 전용으로 퍼오는 저는 무지하게 섭섭합니다.
저도 정말 화가 납니다. 이러면 안되는데도요.

니르바나 2005-01-20 17:40   좋아요 0 | URL
로드무비님, 품위있는 감식안을 갖고 계셔서 골라주시는 음악과 영화에 늘 감동을 받고 있는데 참으로 얍삽한 결정이라 생각되는군요. 하늘아래 새 것이 없구만 ...
그렇지요.로드무비님

니르바나 2005-01-20 17:42   좋아요 0 | URL
파란여우님의 명문으로 이 사태에 대해 질정해주세요.
뭐 그런다고 음반사들이 꿈쩍도 않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대응은 알라딘 대표선수인 파란여우님의 성명서가 있어야 된다고 사료됩니다.

2005-01-21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5-01-21 10:51   좋아요 0 | URL
로드무비님, 거듭 거듭 감사드립니다.
저는 로드무비님이 좋아하시면 무어든 다 좋아질 것 같아요.
그것이 책이 되었건 영화가 되었든간에 말이죠.
정치인들이 코드를 말하면 패거리로 해석이 되는데 비해서
로드무비님의 취향과 저와 코드가 같다고 하면 정감이 가는 말 같습니다.
덤으로 묻어가는 기분이 참 좋아요. 로드무비님

stella.K 2005-01-21 10:5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어떤 사이트 가 보면 어떤 사람들은 그냥 두더라구요. 배째라는 식인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알라딘 사람들은 굉장히 모범적인 것 같아요.^^

니르바나 2005-01-21 11:43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알라딘 사람들은 모범생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부터 시작해서 소심증이 심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의 글에 다른 사람이 딴지걸면 움메 기죽어하며 그냥 꼬리내리게 되지요. 알라디너들은 착한 심성을 가져서 다른 사람들과 언쟁하는 것도 피하게 되고요. 생각해보면 이 판에 까지 와서 싸울 건 아니지요. 그래도 듣지도 않은 노래를 안목높은 알라디너들이 부활시켜 놓은데다 대놓고 저작권 내놓으라고 하면 마냥 섭섭한 것은 사실입니다.
詩에 까지 그런다는 것은 조금 웃끼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노래되지 않는 시가 어디 시랍니까. 서동요처럼 애들이 불러제끼는 소동이 있어야 사건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이지요. 시집 안팔리고, 음반 안팔리고 해서 그렇다지만 살 만한 것들은 그것이 시집이 되었건, 음반이 되었건 사게 되는게 소비자 입장입니다. 얘기가 길었지요. 스텔라님
저는 스텔라님이 올려주시는 음악을 퍼오는게 전부였는데... 너무 아쉬워요.

stella.K 2005-01-21 12:01   좋아요 0 | URL
밤에 몰래 올려 놓으면 퍼가시겠습니까? 그리고 아침에 다시 비공개로 해 놓죠. ㅋㅋ.

니르바나 2005-01-21 19:23   좋아요 0 | URL
그저 저는 고맙다고 스텔라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번거롭게 그리 하실것 까지는 없으시구요. 스텔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