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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정말 오랫만에 미술전을 구경하러 예술의 전당에 갔다.
미술감상을 좋아하는 아내이지만 게으른 남편을 만나서 오랫동안 가고싶다 타령만 하며 살았다.
아내는 우리부부 냉전중에도 혼자 그림구경 하러 직장에 휴가내고 서울 원정길에 나선 적이 있다고
과거의 일을 말하였다.
인터넷을 상용하고 나서 가장 뜸한 일이 미술관, 영화관 순례가 되었다.
전에도 한 번 말한 적이 있지만 영화는 비디오로 대여하여 보다가 요즘은 온라인 상영관이나 DVD를
구입하여 감상하고 있으니 영화평 리뷰를 올리시는 알라디너들이 보시면 기겁을 할 일이지만
나는 대박났다는 영화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영화를 이런 식으로 보고 있다.
그마저도 못 본 게 많아 영화 관련 페이퍼에는 아무런 댓글도 못달고 살고 있는 셈이다.
미술작품 그 중에 회화의 경우 도록이 없어도 부지런히 올려주시는 명화로 대충 만족하며 살고 있는데
쉬는 날, 늘어선 긴 줄에 진력을 낼 일을 생각하며 유명전시회 관람은 점점 멀리하고 있었다.
어제도 성탄절 연휴를 맞이한 아내가 반 협박조로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하루종일 컴퓨터와 텔레비젼 앞에 착 달라붙어 앉아 있었을 것이다.
"당신이 같이 안 가면 나 혼자 갔다 올께"
혼자 갔다 멋진 남자라도 만나 바람이라도 나면 어떻하나 걱정이 되어 끌려서 갔던 미술전시회,
'서양미술 400년展 푸생에서 마티스까지'
4백년이란 긴 시간을 채우기 위해 많은 작품들을 전시해 놓고, 이름이 많이 알려진 작가들을 말 그대로
구색맞추기 식으로 소품을 끼워 넣어 적지 않게 실망을 했다.
피카소니 르누와르니 앙리 마티스와 폴 고갱까지 화려한 면면을
전시회 광고문을 읽고 오신 분들은 적잖게 실망할 정도였다.
나는 초,중, 고등학교 방학에 때 맞추어 시작하는 이런 식의 전시회가 가지는 노림수를 대충 짐작했기
때문에 실망은 크게 하지 않았다.
왜?
나는 딱 두 점의 그림만 보고 나오리라 미리 작정했기 때문이다.
그 첫째는 서경식씨의 그림기행문으로 감상한 적이 있는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이다.
이 그림 앞에서 가장 오래 서 있었다.
둘째는 니콜라 푸생의 '두 발을 적시고 있는 여인과 풍경'이었다.
그 가운데 숲속에서 두 여인을 몰래 훔쳐 보는 인물을 재미있게 보았다.
무식한 미술감상자의 단순한 관람기는 여기까지이다.
어제의 나들이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 속에서
나긋나긋한 아내의 손을 잡고 조용히 대화하며
전시장 입구를 향하여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