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지금은 천장사로 이름을 바꿔 달은 天藏庵을 찾은 적이 있다.


이 말은 규모로 보아선 암자라 말해야 맞겠지만, 조선 말 근대 선불교의 최고의 선지식이라 할 수 있는


경허선사의 유적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이름만 업그레이드 되고 절의 규모는 지금도 거기가 거기로


보여 하는 말이다. 


경허선사가 대각을 이룬 후 보임처로 삼은 이곳은 선사의 배 위에서 독사가 놀다간 일화로 유명한


곳이기도 한데,  이곳은 바로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서도 보이지 않는, 하늘을 감춰두었다는 이름이


안성맞춤일 정도로 숨어 있는 모습이다.


절 식구들이 보이지 않아 신을 벗고 방 안에  들어가보니


눈길이 형용한 경허선사와 제자 만공선사의 영정사진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경허의 표준 영정사진에서 알 수 있듯 수염이 길게 나있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최근에는 경허선사와 만공선사에 대한 전기가 많이 나와 어느 정도 알려지게 되었지만 ,


나이로 보아 경허의 머릿제자라 할 수 있는 수월선사의 기록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청담스님이 수행중에 만주로 찾았다는 정도가 잘 알려진 일화이다.


 


몇년 전, 수사검사로 이름을 신문에 남기던 김진태라는 사람이 수월스님을 따라 일대기처럼 엮은


책이 나와 감동깊게 본 적이 있다. 특별히 공부하는 자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


따로 적어 서재 문에 붙여두고 드나 들면서 읽곤 했다. 가끔 이 방을 찾던 친구도 이 글이 좋은지


베껴가겠다 해서 옮겨적어 준 적이 있는데  얼마 전에 지금은 춘천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저자가 책의 제목을 바꿔 달고, 내용과 사진을 보태어서 수월스님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나는 水月스님이 좋다.


재주많은 분, 요란한 분, 무서운 도력을 지닌 분도 싫어하진 않지만 가깝게 모시라면 겁부터 앞선다.


그래서 물 속에 달 그림자 가듯,  남 모르게 철저하게 공부하는 수월스님이 좋다.


공부가 안된다고 조바심내는 분들은 한 번쯤 스님의 공부에 대해 알면 좋을 것이다.


지금은 말도 많은 만주땅에서 입적하신 수월스님의 모습은 아쉽게도 글로만 남아있다.


하기야 낯거죽이  뭐 중요하랴,


수월스님의 정신이 살아 움직여 우리들 세상살이에서 부활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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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1-1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컴백하셨네요 ^^

겨우 며칠 동안인데 뵙고 싶어 엄청 기다려졌어요~

너무 멀리 돌아다니시면 안돼요 ^0^

stella.K 2004-11-1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셨군요. 저도 며칠 안 보이시기에 궁금하였습니다.

건강하시죠? 다시 뵈니 기쁩니다.^^

니르바나 2004-11-1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반갑습니다.

몇 줄 안되는 페이퍼지만 이것 쓰는 것이 오히려 책읽기에 부담으로 오던데요.

그런것을 생각하면 스텔라님의 정력적인 서재운영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다시 찾아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니르바나 2004-11-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잘 알겠습니다. 이제는 너무 멀리 나가는 가출을 삼가겠습니다. 체셔고양이님

저를 찾아주시는 체셔님이, 스텔라님이 저도 엄청 보고 싶었습니다.

stella.K 2004-11-1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일 입니다. 전 서재 운영만 좋아하니...다른 아무 것도 다 싫으네요. 아, 그 다음으로 책 읽기가 좀 좋아요.^^

니르바나 2004-11-19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은 서재운영'도' 잘 하십니다.

자신이 하는 일도 잘하는 것을 척 보면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