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 모든 책을 온라인 서점을 통하여 구입하지만

저 책들이 초판의 이름을 달고 나온 시절, 출판사에 주문하면 소포로 받는 통신판매 제도가 있었지요.

컴퓨터가 있었지만 퍼스널은 아니었고 온라인 서점은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김우창교수를 우상쯤으로 생각하던 문학평론가의 글에서 김우창의 평론집,

<궁핍한 시대의 시인><지상의 척도>에 대해 예찬한 글을 보았던 차에

민음사에서 김우창전집이 다섯권으로 나왔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구입하기 위해

거금(?)을 마련하여 전철을 타고 상경하고 종로 2가에서 내려 교보문고까지 걸어서 갔죠.

 

제가 살던 도시에 있는 서점에도 이 책들이 있었지만 신간임에도 여러 사람의 손때를 타거나,

표지가 우그러지고 제 맘이 들지 않아 책에 대한 결벽이 심했던 저는

힘이 들지만 저 책들을 직접 구입하러 단일층 동양 최대의 서점이라고 선전하던

교보문고에 직접 가보기로 마음 먹었던 것입니다.

 

신간이니까 당연히 인문학 매대에 쌓여 있는 책 중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책을 골라

종이 봉투에 담아 내려올 때의 기분은 한마디로 GOOD이었죠.

이런 나들이를 반복하며 유종호 전집 다섯권도 마련하였구요.

 

일년에 한두번 교보문고로 가서 책을 구매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나중에는 구입할 책 목록과 비용을 마련해서 책을 구입하고

교보문고의 매대와 진열장을 한번 쭉 살펴보면 나중에는 발바닥에 통증이 다 생길 지경이었죠.

간 김에 쉬어간다고 문고 뒷쪽에 있던 항상 손님들이 많아 북새통이었던 삼계탕집에 들러

맛있는 식사도 함께 하는 일이 일종의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저의 서가에 있는 책들 중 상당수가 이렇게 나에게 온 귀한 손님들입니다.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 볼 줄 누가 알았을까요.

어린 친구들은 저 시절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책에 코를 박고 있던 광경을 상상이나 할까요.

저는 지금도 전철을 이용할 일이 있으면 스마트폰 대신 책을 봅니다.

누가 뭐라해도 애인같이 품었던 종이책이 좋아서요.

 

코로나 때문에 운동이 부족하신 분들!

걷기 운동하고 싶거든 대형서점 나들이를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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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0-0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랜만의 페이퍼링이십니다.
김우창 열혈독자시군요. 전 아직...
맞아요. 그 시절은 그 시절대로 힘들어도 낭만이 있었는데 말이죠.
저는 대형서점은 커녕 중고샵도 나간지가 언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예방접종 완료되면 슬슬 여기저기 다녀봐야겠습니다.^^

니르바나 2021-10-05 20:03   좋아요 1 | URL
네. 월간페이퍼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ㅎㅎ
서재도 방치하면 순식간에 2,3년이 훌쩍 지나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자주 눈에 보이던 서재 주인들이 한동안 안보인다 싶어 서재를 확인하면 해가 바뀌어 있으니까요.
물리적으로 한해가 지나가는 것은 분명 긴 시간인 것 같은데 올해 성탄절이 채 세달도 안 남았네요.

김우창의 열혈독자까지는 아니고 1970년대 부터 2000년 까지가 문학평론가들의 전성시대였던 셈입니다.
그 이전에도 백철, 조연현 등 문학평론가들이 있었지만 시 소설이 중심이었다면
위의 시대에는 김우창, 유종호 뿐 아니라 백낙청, 김윤식 등 참 많은 문학평론이 문학을 옹위하였죠.
요즘 문학평론은 신형철 외에는 임팩트있는 평론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소설책 뒷장에 붙는 광고도 너무 신형철의 이름에 기대는 것 같구요.
하긴 문학동네라는 출판사가 독주해서 생긴 일 같기는 하지만요.

스텔라님, 코로나 너무 겁먹지 말고 예방 접종을 완료하면 마스크 잘 착용하고 서점 나들이 해보세요.
서점은 술집이나 카페 처럼 좁고 밀폐된 공간이 아니고 맨입으로 음식을 먹는 공간도 아니어선지
정부에서 보내주는 안전문자에서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안전한 공간입니다.
마음 편하게 나들이 해보세요.^^

프레이야 2021-10-1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 님 대형서점 나들이 걷기 운동 삼아 나가보란 말씀 실천해 봐야겠어요. 작은 서점도 요새 안 나간 지 좀 되었어요. 늦여름에 남해 아난티에 있는 서점 이터널저니에 간 게 최근이네요. 좀 자주 나가야하는데 인터넷 구매를 주로 하니 그런 재미와 맛을 잊고 있네요 ^^ 뜸해도 이리 자리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니르바나 2021-10-19 15:00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이야 하시는 일이 많고, 워낙 관리를 잘 하시니까 서점나들이까지 하시면 금상첨화가 되겠군요.
요즘 프레이야님이 올려주신 여러편의 긴 호흡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많은 알라디너 분들이 붙여주신 댓글도 보기 좋았구요.
저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비록 페이퍼는 뜸해도 어디에 가지 않고 붙박이로 잘 있답니다. 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