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밤 9시 뉴스가 시작되면 아내는 꼭 한마디 한다.

여보, 이쁜 세진이 나왔다. 어서 와서 봐!

 

아나운서 정세진氏가 애칭으로 불리는 것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데

그것은 오래 전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마주 친 사건 때문이었다.

 

일단 자리에 앉았다 싶으면 용변을 보는 경우를 제외하고 진득하니

대 여섯시간은 자리 보전하고 앉아 있는 나와 달리

아내는 공부 중간중간에 들락날락 도서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배회派이고,

옆자리에 누가 있는가 관심이 없어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으면

이웃한 자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돌아오는 반면에 

아내는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무슨 공부를 하나, 뭐 하는 사람인가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라

새로운 공간에 가도 목인사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 사는 동네에서만 35년을 사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별로 아는 사람이 없다.

 

바로 그날도 옆에 앉는 남학생이 뭘 공부하나 궁금해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기웃거렸더니

연습장에 한바닥 가득 적어놓은 글씨가 아 글쎄  이것이랬다.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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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그래서 우리집에서 KBS 아나운서 정세진씨는 이렇게 통한다.

'이쁜 세진이'

그 세진씨가 5년만에 9시 뉴스앵커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뉴스가 떠서 객쩍게 한마디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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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12-1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커 신은경 씨를 둘러싸고 감옥 안에서 신경전을 벌였다는
소설가 송기숙 등의 오래 전 일화가 떠오르네요.
서로 자기 애인이라고, 가막소 동지들끼리.......
세진 씨도 이쁘지만 니르바나 님의 옆지기 분,
참 귀엽고 인간적인 분 같네요.^^
저도 참, 배회파입니다, 아니 도서관 매점 풀방구리파?=3=3=3

혜덕화 2006-12-1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세진이'가 뉴스를 하기 전엔 어린이 프로에 나왔었거든요. 우리 딸이 7살인가 8살 때이니 참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그 때 너무 명랑하고 예쁘게 나와서 딸도 나도 참 좋아했는데, 어느 날 뉴스에 나오더니 그 예쁘고 귀엽던 이미지는 뉴스에 맞는 딱딱한 모습으로 변해 있더군요. 늘 어린이 프로에 나오던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진님도 나이가 많이 들었겠군요. 여전히 예쁘긴 하지만......


stella.K 2006-12-1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사시나요? 한동네에서 35년이요? 대단하심다. 저희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니르바나님 뭐하시는 분인지 궁금해요. 교수님이신가?? 저도 배회파여요.^^;;

니르바나 2006-12-16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신은경 씨를 두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절벽같은 감옥의 일상에 그런 일조차 없었으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생각하니
신은경 씨도 모르는 그런 좋은 일을 하셨네요.
로드무비님도 세상인간사에 관심이 많으시니까 배회파 ㅎㅎ

니르바나 2006-12-1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따님 어릴 적 일을 회상하니 세월이 더욱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린이 프로에 나오던 모습은 전혀 기억이 없고 클래식프로그램 진행하던 모습만 생각이 나요. 마음이 아름다우시니 모두 예쁘게 봐주시는군요.^^

니르바나 2006-12-1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댁도 한 곳에 뿌리를 오래 내리고 사시는군요. 그럴 줄 알았어요.
스텔라님 궁금증은 언제나 해소될까요. 때가 되면 일러드리리라
단, 계속해서 저의 서재에 들어오셔야 됩니다. ㅎㅎ

stella.K 2006-12-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