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밤 9시 뉴스가 시작되면 아내는 꼭 한마디 한다.
여보, 이쁜 세진이 나왔다. 어서 와서 봐!
아나운서 정세진氏가 애칭으로 불리는 것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데
그것은 오래 전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마주 친 사건 때문이었다.
일단 자리에 앉았다 싶으면 용변을 보는 경우를 제외하고 진득하니
대 여섯시간은 자리 보전하고 앉아 있는 나와 달리
아내는 공부 중간중간에 들락날락 도서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배회派이고,
옆자리에 누가 있는가 관심이 없어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으면
이웃한 자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돌아오는 반면에
아내는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무슨 공부를 하나, 뭐 하는 사람인가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라
새로운 공간에 가도 목인사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 사는 동네에서만 35년을 사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별로 아는 사람이 없다.
바로 그날도 옆에 앉는 남학생이 뭘 공부하나 궁금해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기웃거렸더니
연습장에 한바닥 가득 적어놓은 글씨가 아 글쎄 이것이랬다.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예쁜세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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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집에서 KBS 아나운서 정세진씨는 이렇게 통한다.
'이쁜 세진이'
그 세진씨가 5년만에 9시 뉴스앵커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뉴스가 떠서 객쩍게 한마디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