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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티카 SE - 할인행사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 할리 베리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훗설의 현상학으로 해석한 Gothika

(gothic의 영국식 古文 표기, 18세기 고딕문화,
괴기스럽고, 미스터리하고 소름끼치는 사건)
모든 의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경험했던 사실들을 모두 진실인 것처럼 믿지 마라.
자연과 사람, 심지어 합리적인 과학마저도
당신의 눈을 통해서 보았다면 완벽한 진실이 되지 못한다.
정말 진실을 알고 싶다면 형상적 환원을 통해서 본질에 접근하라.

우연한 사고, 의식불명, 3일 뒤에 눈을 떴을 때 세상은 180도 변해있었고,
자신의 무죄로 입증해 줄 3일 전의 기억은 자신의 뇌세포에서 소멸돼 버렸다.
미란다 박사(Halle Berry)는 하루 아침에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에서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정신병자로 낙인찍혔다.

모든 현실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끔찍스럽다.
아군은 적군이 되고 적군은 아군이 되어 있다. 그녀가 담당 해왔던 정신병자 크롤(Penelope Cruz)은 정신병동의 동료가 돼버리고 자신을 음흉하게 짝사랑해오던 동료 피트 박사(Robert Downey Jr.)는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고 가는 담당의가 되어 버렸다.

사랑하던 남편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파괴하고, 추락을 자초해 버리는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분명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편이 된다.)
그렇다면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들은 어떻게 되찾을 수 있겠는가.
범죄자의 정신상담을 해왔던 정신과 전문의답게 스스로를 진단해 가면서 답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또는 힐끗힐끗 곁눈질해왔던 동료 피트 박사(Robert Downey Jr.)의 도움을 얻어보는 것도 방법이 되지않을까.
거울(Mirror)
크롱을 상담하고 돌아온 닥터 미란다가 남편을 만나는 장면.
남편은 미란다를 거울 앞으로 데려가 이렇게 말한다.
A distorted image of herself who are you in all this?
I'm the mirror, If i'm the mirror and she's the image.
(그리고 남편은 덧붙여 "I'm Got."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내려다 보고 있는, 곧 세상을 연 최초의 원인, 남편 역시 사건의 발단이 되는 최초의 원인이다.)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 내면의 자아와 외면의 자아,
내면적 결점과 외면적 결점, 사물의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없는,
그래서 참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제거해야 하는....
독일의 심리학자 펜더(A. Pfaender)는 인간의 마음을 분할해 버리는 실험심리학을 부정하고, 그 대안으로 현상 심리학을 들고 나왔다.
인간의 마음은 여러 갈래로 분할될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서 파악해야 한다는 현상학적 대안은 이 영화에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미란다의 방법이 된다.
훗설(Edmund Husserl)의 현상학(Phaenomenologie)
피트 박사는 모든 사실을 철저히 개별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3일전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단지 개별적 사건의 열거로 그치고 만다.

이에 반해 미란다는 당시 사건의 잃어버린 기억 부분들과 모호한 상황들을 제자리로 배치하기 위해 분할된 일련의 시간들을 수집하고, 또 자신과 남편 주위 사람들의 시간들마저도 자신의 기억 속으로 응집시켜본다. (물질을 하나하나 뜯어서 사물을 판단하는 실증주의의 거부하는 것이다.)
그녀는 '폭풍우 속의 사고'에 대해서 현상학적 입장으로 접근하여 사건에 내재하는 본질(본질직관)을 찾으려고 한다. (현상학적 환원, phaenomenologische Reduktion)
반면 동료 피트박사를 위시한 그녀의 유죄를 믿는 모든 이들은 칸트의 인식론을 대변하고 있다.
그들은 대상에 존재하고 있는 자체를 문제화하지 않고 오직 순수한 사유의 선천적인 형식을 통해서 대상을 산출하려고 한다.
시간과 공간에서 현상화된 존재들을 사실학에 입각하여 경험적으로 해석한다면 그녀는 남편을 토막 내 죽인 흉악한 살인범이 되고 만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가.

만약 미란다가 칸트의 인식론을 위시해, 그녀가 줄곧 신봉해 왔던 프로이트나 융, 또는 관념론에 치우쳐 있는 철학을 방법론으로 택했다면 그녀는 여전히 미궁 속에서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