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셀 - 폭스 할인
타셈 싱 감독, 빈센트 도노프리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 'The Cell'에서 말(馬)의 Image

 보이지 않는 것의 현상화

 


'영화'라는 영상언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소설을 비롯하여 기타 문자 텍스트가 탄탄한 개연성을 가지고도 영상 재창조 작업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영화의 무한한 표현력을 소화할 수 있는 텍스트 호환 문법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첨부시킬지, 얼만큼 영상 미학으로 꽃피울지. 좋은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의 창조력을 시각적으로 복제시키는역할에 머물러 있지 못한다.

영화 <더셀>(the cell, 2000, 탈셈 싱)은 인간 내면의 심리를 영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한 영화이다. 뮤직 비디오와 같은 원색적인 색감과 화려한 영상미, 현란한 편집기술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의 찬란함'으로 비춰졌고, 시종일관 폭력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머리 속을 공허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 주연배우의 의상이 너무 화려해 '제니퍼 로페즈'를 위한 패션쇼라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 속 탐험'이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에서도 개연성을 잃지 않고 표현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발휘한 영상의 마술사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특히 간간이 등장하는 이미지와 상징에 대한 대치법은 되돌려 가며 꼼꼼히 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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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공포의 재료로 다뤄지는 요소는 '말(馬)'과 '물(水)'로 크게 나누어 진다. '물'은 연쇄 살인범이 만들어 놓은 살인장치 '유리상자'(cell)와 더불어 '전통의 억압, 깊은 수렁'을 의미하고 있으며, 범인이 어린 시절에 받았던 정신적인 충격과 '세례의식'도 '물'과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말'은 뇌사에 빠진 환자들의 꿈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며 '억압'과 '장애물'의 함축적 의미로 사용된다.

동양에서 말은 한자 '馬'로 표기, 발음([ma])상 귀신/마귀를 의미하는 마(麻)와 같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A.H 크라프가 만들어 낸 '악몽'이란 단어 Cauchemar에서 유래되어 영어의 nightmare, 독일어의 macht(말), 러시아어의 mora(유령), 라틴어의 mors(죽음)과 같은 어원들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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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Calcare의 어원은 '멸시하다/말이 오르다' 라는 뜻으로 어지러움, 고통과 성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어원에서 살펴보았듯이 말(馬)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 동물이지만 오랫동안 '상상 속의 가장 깊이 뿌리 박은 공포의 대상'의 의미로서 사용되어 왔다. 이는 여러 문화 예증들과 예술작품들이 증명해 준다. 포세이돈의 수마, 하데스의 검은 준마...말은 망령을 이끄는 영물이다. 아폴리레르의 동물 우화집에서는 말을 "나의 확연하고 거친 꿈들은 네가 말에 오름을 안다."라고 썼으며, '악몽'과 '등마'에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더 넓은 의미에서 바그너의 오페라에 나오는 '발퀴리'나 2류 갱영화에서 그려지는 폭주 오토바이족처럼 '말'은 죽음의 사자들을 연상시키는 환상의 대체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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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첫 말의 등장은 임상학자 캐서린이 에드워드의 꿈으로 들어가면서 등장한다. 장기간 뇌사 상태에 빠진 소년이 그의 심리 속으로 들어 온 캐서린에게 선물로 선사한 흑마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사막을 가로질러 등장한다.

고삐를 풀어 버리면 영영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리는 말은 슈베르트 마왕에서도 초원의 한없는 공간을 가로지르며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해 운명의 종말을 맞이하는 이미지로 그려졌다.

사막에서 나오는 '말'의 이미지는 공포로부터 소년을 보호하는 역할물의 상징이며 오래 전부터 기사들의 수호자로 그려져 온 말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또는 삼국지에서 주인을 대신해 목숨을 버리는 충성스런 명마의 이미지와도 같다. 그러나 나약한 피보호자들은 말이 복종의 연속성과 노예적 근성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불안함을 떨쳐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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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말에 대한 공포를 가진 어린 환자에 대해 동물의 환각을 남성 성기에 대한 무의적 대체물로 해석하고 다분히 오디푸스적인 두려움으로 해석했다. 괴기스러운 박물관 씬에 등장하는 '말'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날카로운 칼날에 몸이 몇 덩이로 토막 난다.

<에쿠우스>에서 처럼 이유없는 테러에 희생이 되는 연약한 존재의 상징과 같다. 인간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에 대한 보답은 '죽음'이었다. 이는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스가 하데스에게 올린 제물(4마리의 암말)과 같은 모티브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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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자신을 태우고 지금에 닦친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지만, 눈 앞에서 자신을 대신한 희생양으로서 갈갈이 분해 됨으로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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